130년, 희로애락이 걸렸다… 영화감독 윤기형 '영화 도시 인천과 극장의 역사' 출간

입력 2024-04-14 19:33 수정 2024-04-14 20:52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4-15 11면
텀블벅 목표 300만원 101% 달성
애사모와 20일 출판기념회 예정
애관·미림 보존운동 불붙길 기대
윤 감독 "문화 자산 되살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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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근대식 극장의 계보를 잇는 '애관극장'을 비롯한 인천의 옛 극장들과 그곳에 얽힌 영화의 역사를 재조명한 책이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출간돼 눈길을 끈다. 인천 지역사회에서 잠잠해진 '애관극장 보존운동'에도 다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에서 후원자 또는 구매자를 모아 창작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웹사이트 '텀블벅'에는 영화감독 윤기형이 쓰고 있는 책 '영화 도시 인천과 극장의 역사'(도서출판 동연) 발간 프로젝트가 이달 30일까지 진행 중이다.



14일 기준 후원 목표액 300만원의 101%를 달성했으므로 책은 실제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 윤기형 감독은 이번 책을 기획한 시민단체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애사모)과 함께 오는 20일 오후 3시 애관극장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기도 하다.

윤기형 감독은 2021년 10월 개봉한 애관극장과 또 다른 인천의 오래된 극장 미림극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보는 것을 사랑한다'를 연출했다. 다큐 제목은 애관극장 '애관'(愛觀)의 뜻을 풀어 썼다. 6년이 걸려 만든 영화다. '보는 것을 사랑한다'의 주인공이 애관극장과 미림극장이었다면, 이번 책은 현존하거나 사라진 인천의 옛 극장 모두가 주인공이다.

윤기형 감독은 "2015년부터 다큐 영화 제작을 위해 인천뿐 아니라 전국의 극장에 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우선 애관극장과 미림극장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애관, 미림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며 "이번 책은 애관, 미림은 물론 동방, 제일, 키네마, 동인천, 부평, 향도, 문화, 인천, 백마, 현대, 대한, 한일, 아폴로 등등 인천의 모든 옛 극장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다큐 제작과정에서 인천의 옛 극장에 추억을 가진 여러 사람을 인터뷰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각자의 추억이 담긴 극장이 달랐다. 인천의 극장들에 대한 책을 별도로 내고자 한 이유다. 각 극장의 역사를 모아 보니 '인천의 영화 제작사' '부평촬영소' '애스컴시티(부평 미군기지)와 애스컴극장' '최불암과 동방극장' '공룡 CGV인천14의 등장' 등 지역 영화사도 쓸 수 있었다.

애관극장
인천 중구 애관극장 전경. /경인일보DB

윤 감독과 애사모는 이번 책 출간을 계기로 요즘 들어 열기가 식은 애관극장 보존 운동에 다시 불이 붙길 바라고 있다. 애관극장은 1895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실내극장 겸 공연장 '협률사'(協律舍)로 시작해 130년 가까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단관 극장 시절에도 명성을 이어왔으나, 대기업 멀티플렉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침체했고, 민간 매각설과 철거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윤기형 감독의 다큐 영화가 개봉한 전후로 지역사회에서 '공공 매입' 등을 통해 애관극장을 보존해 공공 차원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사회와 인천시의회에서 나왔으나, 최근엔 뜸하다. 이번 책에선 애관극장의 역사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를 애관극장에서 상영하기도 했던 봉준호 영화감독은 "인천의 애관극장, 대구의 만경관, 광주의 광주극장 같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극장들이 계속 우리 곁에 존재했는데 저희가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옥자'를 개봉하면서 깨닫게 됐다"고 이 책에서 말한다.

윤기형 감독은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책 출판을 넘어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지켜내야 할 문화적 자산을 되살리려는 시도"라며 "애관극장을 지키려는 노력에 많은 시민이 다시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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