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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연금개혁 '17년째 표류'… 네탓공방 속 또 미룬 정치권

입력 2024-05-09 20:13 수정 2024-05-09 20:16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10 10면

양보 없는 방향키 싸움… 국민의 노후, 한치 앞도 안보인다


공론화委,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로
'재정 안정' 국힘 vs '소득 보장' 민주 엇갈려
더 내기는 합의… 얼마나 더 받을지 공방남아

여야 신임 원내대표 직접협상 타결 여지속
尹 "22대 국회로 넘기자" 기자회견도 변수
시민단체 "노후 보장 내버린 무책임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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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는 국민연금을 더 내고 노후에 연금을 더 받으시겠습니까?"



지난달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가 진행한 공론화 조사에서 시민대표단 500인이 이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현행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월 소득의 몇 퍼센트를 내는지 의미)을 현재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노후에 받는 돈)을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소득안정론)을 택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을 넘겨받은 국회 연금특위는 여야 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보험료율은 13%로 합의했지만,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국민의힘은 소득대체율 43%를, 소득보장을 중시하는 더불어민주당은 45%를 주장하면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것이다. 양당은 서로에게 "연금개혁 의지가 없다"며 책임을 돌렸다. 그러는 사이 21대 국회 내 처리를 공언했던 연금개혁은 '2%p'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사실상 좌초됐다.

양당이 어떤 방식의 합의를 하더라도 연금 고갈 시점은 최소 8~9년 늘어나고, 누적 적자 규모도 2천766조~4천318조원 줄어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의 '네 탓 공방' 속 다시 한 번 '연금의 개혁'은 22대 국회로 미뤄졌다.

국민연금은 17년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의 이유는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 빈곤을 덜어 국가의 탄탄한 사회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기 위해서다.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월급(직장인)을 줄여 국민연금에 넣도록 강제하거나, 노후에 받는 연금 혜택을 줄여야만 한다.

이에 여야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더 내기' 필요성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얼마나 더 받을 지'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것이 2%p 차다.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재정 안정 달성이 어려워진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소득대체율을 높일 경우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연금 체계 자체를 바꾸는 '구조개혁'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모수개혁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국민연금의 핵심수치를 바꾸는 것이고,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개혁 없이 현행 제도로는 2041년 적자 전환 후 1990년생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2055년에 고갈된다. 이는 기금 운용 '사고'가 아닌, 예측 가능했던 일이다. 가입자들에게 보험료의 두 배 이상을 연금으로 돌려주고 있어서다.

이 같은 설계에서도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에는 미래세대 부담이 되지 않았지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저출생 문제도 심각해지며 논의 필요성은 시급해졌다. 연금을 받을 사람은 더 오래 사는 반면, 보험료를 낼 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보장 촉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4월 23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공론화 결과, 연금개혁에 대한 연금행동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 국가지급 명문화와 소득대체율 50%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4.4.23 /연합뉴스

연금특위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연금개혁의 목표는 노후 생활 보장"이라며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는 게 명확해졌다는 것이 (이번 공론화 조사의) 큰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연금특위 여당 간사 유경준 의원은 "소득대체율이 보험료율보다 더 오르면 연금 재정 개선이 안 된다"며 "소득보장과 재정수지 개선 중 어디에 더 많이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45%, 43%로 갈리는데 우리는 44%까지 받을 수 있으나 민주당이 받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의 정쟁 속에 국회 연금특위 주호영 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특위 활동 종료를 알렸다. 1998년 1차, 2007년 2차 개혁 이후 17년 만에 입법 문턱까지 올랐던 연금개혁 논의가 무위로 돌아갔음을 알린 셈이다.

정부는 '3대 개혁' 중 하나로 연금 개혁을 꼽았지만 그간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국회 역시 2022년 7월 연금특위를 설치하고도 12차례의 회의만 열고 소극적인 활동을 하다 21대 국회가 끝날 무렵에서야 서둘러 결론을 내려 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최근 연금특위 일부 위원들이 합의안 도출도 못한 채 5박7일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나기로 하며 비판은 거셌다. 이들은 유럽에서 연금 전문가들을 만나 막판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연금특위는 결국 출장을 취소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 논의가 완료되지 못한 것에 유독 아쉬워 하고 있다.

여야 간사 역시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갈 의지도 있어 직접 협상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는 만큼 양당 신임 원내대표가 직접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김상균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장 역시 아직 남은 시간이 있다며 타결 여지를 남겼다.

김상균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장은 9일 CBS 라디오에서 "(합의) 불발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고 남은 시간이 아직도 길기 때문에 타결 여지는 남아있다"며 "확신은 아니지만 (개혁안 통과될)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내용이 변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자"고 말해 여야간 극적 타협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최소 70년을 끌고 가야 하는 계획인데 21대 국회 연금특위의 실적으로 조급하게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22대 국회로 넘기고, 다만 제 임기 안에 확정되도록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다면 22대 국회는 처음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특위를 새롭게 구성하고, 바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금제도 학습도 진행한 이후 논의가 이어져야 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이점을 고려해 22대로 넘어가더라도 공론화를 거쳐 내놓은 두 안을 완전히 폐기하지는 않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2대로 넘어가면 처음부터 특위 구성원들도 새로 구성되는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은 크다. 또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선거도 있어 논의가 한없이 늘어질 가능성도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연금개혁의 고갈 시점은 더욱 눈앞에 다가온다는 점이다.

국민 노후소득보장을 미리 대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노동·시민사회는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양대노총 및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300여개가 속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과 정의당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가 오는 29일까지 남아 있는데도 활동을 서둘러 중단했다"며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 책임을 내버린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말처럼, 아직 21대 국회는 19일이 남아있다. → 일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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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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