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향해 쏴라 ⑤

 

 

 

 

 

 

 

 

 

 

 

아무리 용패를 빼내어 원래 있던 함에 담아 버렸다 해도 어디까지나 박준호는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이다. 그 당당함과 강건함이 감춰질리 만무하다. 말 그대로 분기탱탱이다. 덮고 있던 시트가 그 부분에서 텐트를 치지 않을 수 없다. 우람하고 아찔한 2층짜리 텐트다.

새벽도둑인양 은밀하게 침투한 김분이 눈에 그 광경이 크로스업 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쩌면 분기탱탱한 그 결정적인 상황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일부러 아침시간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그날 박준호는 비록 시트 밖이긴 하지만 김분이의 두 손 안에 가득 쥐어진 분기탱탱함의 야리한 느낌 때문에 비몽사몽간을 헤매지 않으면 안된다. 박준호는 실로 오랜만에 번네비스 깊은 숲속 통나무 오두막에 있다. 밖에는 세찬 늦가을 비가 뿌리고 있지만, 오두막 안은 더없이 훈훈하다. 페치카 덕이다. 탁탁 소리와 함께 잘도 타 오르는 참나무 불길. 화기는 이쪽 구석까지 핫핫하게 무리져 온다.

박준호는 측백 향기가 물씬 풍기는 기둥에 등을 기대고 서 있고, 그 앞에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네가 무릎을 꿇고 있다. 그녀가 두 손으로 오지게 움켜쥐고 있는 것은 어이없게시리 박준호의 심벌이다.



용패가 그대로 착용되어 있는지, 아니면 원래 있던 함 속에 간직되어 있는지 분간되지 않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박준호의 그 거대한 심벌을 두 손아귀로 움켜쥐고, 마치 삼일 굶은 랑구르 원숭이 바나나 먹듯 허겁지겁 핥고 또 핥는 것이었다.

볼이 부어터지게 물었다가 일렁이는 페치카 불빛에 반사되어 더욱 번지르르한 타액 흔적을 다시 뱉어내곤 했는데, 그 간헐적인 동작으로 하여 풀어헤쳐진 머리칼이 한꺼번에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그것을 끌어 올려 오른쪽 귀에 걸어놓곤 한다. 바로 그 순간, 박준호는 아, 하는 탄성을 내지른다. 그녀는 톰 라더 부인도 아니고, 시루코 여사도 아니고, 그토록 애절하게 찾아 헤매던 스카이 홍 아닌가.

아니, 어쩌면 이런 일이, 어떻게 이런 행운이, 이처럼 갑자기 도래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세상을 통틀어 이보다 더 좋은 순간이 있을 수 있는가. 이 야릇하고, 짜릿하고, 아련한 쾌감이, 흡사 해일 앞둔 부두처럼 무섭게 무섭게 파도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그 보다 처음부터 매사가 허겁지겁 형인 톰 라더 부인이라면 몰라도, 전혀 그런쪽에는 관심이 없는 새침떼기 같으면서도 일단 작업에 들어갔다하면 과감하게 모든 것을 버리는 시루코 여사라면 또 몰라도, 박준호가 그처럼 애걸복걸 정성을 쏟았는데도 불구하고 끝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던 스카이 홍이, 흡사 한마리 랑구르 원숭이처럼 애교있게, 그리고 야리야리 핥을 수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박준호는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칼 속에 열 손가락을 쑤셔 넣는다. 그리고 더 깊이 그녀 입안에 박힐 수 있도록 부드럽게 끌어당긴다. 으으으, 비명이 절로 터져 나온다.

그러니까 박준호가 눈을 번쩍 뜬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그리고 하마터면 시트에 감긴 분기탱탱을 움켜쥐고 있는 김분이를 두 다리로 휘감아 침대로 눕힐 뻔한 상황이 전개 될 뻔한다. 실제로 눈에 보였던 것은 김분이였지만, 내면 깊숙이 인각되어 있는 스카이 홍의 아름다운 모습이 흡사 오버랩으로 지워지고 선명한 다른 장면이 겹쳐지는 스크린 화면처럼 박준호를 일시에 혼란으로 몰아붙였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새벽 침대 곁을 지킨 김분이는 뇌쇄적이다.

브라이튼 세미티 터치드 하우스 별장에서 첫 교접에 임했던 시루코 여사를 연상 시키는 샤넬 넘버 파이브의 자극적인 향수가 진동을 한다.

생각해 보라. 비몽사몽이긴 했지만, 시트 속에서 꿈틀거리는 용패 뭉치는 더 이상 분기탱탱일 수 없고, 정신을 혼미시키는 향수 냄새는 코를 찌르고, 아침이지만 아직 어슴푸레한 어둠 속이고…. 박준호 스스로 시트만 벗겨내면 김분이 역시 비몽사몽의 경계를 넘어 들어가 스카이 홍처럼 한마리 랑구르 원숭이가 되기를 갈망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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