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그렇게도 사람이 없소

군대 안가고·위장전입·부동산투기… 도덕적 문제있는 인물 선택 안했으면
   
▲ 윤방부 (가천의과학대 부총장·석좌교수)
[경인일보=]3대가 멸족하려면 국무위원 또는 국무총리가 되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소위 국무위원과 국무총리 등은 국회 청문회에서 그 후보자의 모든 것이 들추어지고 해부되다 보니 결국 그 동안 감추어져 있던 치부가 노출되어 개인이 쪼개지고 난도질당할 뿐 아니라 그 후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언론 등을 통해 개각이 예상되면 항상 짓궂게 전화하는 친지들이 있다. "전화 안 왔어?" "무슨 전화?" "입각하라고…." "또 장난치는군." "아니야, 미국말로 I am serious, 자네같은 친구는 꼭 한번 입각해서 일해야 하는데…." 항상 그 다음 말이 나온다. "윤 교수는 군대도 갔다 왔고, 세금도 잘 내고, 자녀들도 속 썩이지 않아서 위장전입도 안 했고, 또 부인이 부동산 투기에 소질이 없어서 투기도 안 했으니 장관을 시킬 만한데 왜 개각 때마다 소식이 없는 거요…." 그러면서 그래서 명단에 빠지는 것이니 장관이 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위장전입'이라도 한번 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또 교회를 바꾸어 다니면 될 텐데 능력이 아깝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0년이다. 이때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에 대한 청문회 법이 시작되었고, 2003년에는 4대 권력기관장이, 2005년에는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하는 국회 청문회가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며칠 전에도 개각이 되어 국무총리, 국무위원 몇 명, 대법관 등에 대해서 국회 청문회가 있었다. 청문회 전에 각자의 인물평에서 또 그 지긋지긋하게(?) 들어온 군대 안 갔다, 위장전입했다, 부동산 투기했다, 세금 탈루했다, 논문 표절·중복이 있었다는 말이 줄을 이었고, 또한 한결같이 "청문회 때 다 말씀 드리겠다. 죄송하다"는 청문회 대상자들의 해명(?)이 반복되었다.

내가 잘 아는 미국 '볼티모어'에 사는 대학교 선배가 있다. 1973년 미국에 유학 갔을 때 오래 전에 미국에 와서 잘살고 있는 선배 댁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다짜고짜 "자네 군대 갔다 왔지?" 하고 묻는다. 왜냐고 물으니, "요사이 유학하기 어려운데 유학 왔고 해서 '빽' 쓰고 군대를 연기했거나, 뺀 게 아닌가 싶어 물었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지인을 통해서 연락이 왔더란다. 잘 아는 후배 2명이 미국 유학을 가는데 '볼티모어' 공항에 내리니 차편도 제공하고, 2~3일 묵게 해달라고 해서 뭐 힘든 일 아니니까 YES했다고 한다. 시간이 되어 마중하러 공항에 나가 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오는데 자기들끼리 하는 소리가 "군대는 왜 가! 바보같은 놈들" 하면서 군대 안 간 것을 큰 벼슬한 것처럼 자랑하더란다.

그래서 이 선배는 고속도로(Free way)에서 차를 멈춘 후 뒷좌석의 두 유학생을 차에서 내리게 한 후 "너희 놈들 구보!" 하고 떠나왔었다고 하며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웃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근무하는 병원에 여의사가 있는데 유태인이라고 하며 미국에서 변호사였던 남편이 중동전쟁에서 사망했단다. 얘기인즉, 부인은 산부인과 의사, 남편은 변호사, 이 부부가 중동전쟁이 나자 자진해서 조국 '이스라엘'을 위해 참전했고, 남편은 탱크병으로 부인은 군의관으로 참전했으며 불행히도 남편은 전사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혹자는 청문회가 도덕적 검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부류도 있다. 그 말도 일리가 있을 것 같으나 기껏해야 1년, 1년 반 심지어 몇 개월 하는 국무위원 자리에 무슨 능력이 필요하겠는가?

솔직히 한마디 할까? 그렇게도 사람이 없소. 항상 군대 안 가고, 위장전입하고, 부동산 투기하고, 세금 탈루하고, 논문 표절한 인사 외에는!

물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1년, 기껏해야 1년 반 정도 국무위원을 하는데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소.

제발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들 좀 임명 하시오… 부탁 또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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