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속도의 충돌과 思考의 충돌

우리사회 고질적 계층간 인식 격차… 지도층부터 생각 바꿔야 극복가능
   
▲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경인일보=]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2006)에서 '속도의 충돌'을 언급하고 있다. 기업이 가장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비해 다른 분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 속도의 충돌을 야기함으로써 경제발전의 저해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속도에 크게 못 미치는 곳으로 정부조직, 학교, 정치조직, 법 등을 열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치나 법률 분야의 변화속도가 제일 더딘 것으로 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미국도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지 않나 하는 점에서 시선을 끌기도 한다.

여기서 본인은 우리네가 지니고 있는 사고(思考)의 차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그동안 급속한 경제발전과 사회변화의 과정에서 세대 간, 계층 간에 형성된 인식이나 판단의 괴리는 엄청나다. 결국 우리 사회에 만연된 '속도의 충돌' 못지않게 '사고의 충돌'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로서 앞으로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우리 사회의 발전을 현저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선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우파 대 좌파 또는 보수 대 진보 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이런 식의 분파는 존재하였다. 그러나 우리처럼 매사에 의견이 갈리고 서로를 헐뜯기만 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지나치다.



세대차이만 해도 그렇다. 워낙 급속하게 변하는 생활환경 속에서 세대와 연령에 따라 가치관이 달라지고 판단의 기준이 차이가 나게 되었다. 같은 문제에 대해 정반대의 견해를 가지는가 하면 이것이 지나쳐 서로간의 대화채널이 중단되는 수가 흔히 있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경제사회의 발전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우리가 더 심한 편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사고나 인식의 격차가 우리 경제 사회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게 하자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우선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같은 사안을 두고서도 다양한 의견은 필수적이다. 아니 획일적인 것보다는 다양한 의견이 활발하게 개진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좋다. 문제는 나와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다. 이제부터라도 평소 나와 같지 않은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자.

둘째, 여건이 달라진 만큼 사고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은 정보화시대다. 그것도 정보화시대 50년 역사가 이제 곧 막을 내리고 후기정보화시대로 진입한다고 한다. 이런 판에 아직도 산업화 시대의 사고나 논리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결국 옛날 얘기만 되풀이하는 셈이다. 아무리 건강에 주의해도 결국은 늙어 죽는 것이 인간인 것처럼 시대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또한 인간이다. 현실적으로 자기는 변하지 않으면서 남들한테는 변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스스로 모순을 저지르는 셈이지만 그만큼 여건변화에 맞추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셋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아무리 여건이 달라지고 거기에 따라 사고도 달라져야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원칙이다. 여기서 원칙은 기본에 관한 것이다. '정직하게 살고, 열심히 노력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고, 주변의 약한 사람을 돕고… ' 등등은 만고불변의 원칙이다. 원칙은 보편적 적용이 가능한 기본적인 진리이다.

이렇게 볼 때 '속도의 충돌' 이상으로 '사고의 충돌'이 충격적일 수 있지만 이를 극복해내는 방안도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어렵지만 이것도 사회지도층부터 솔선할 일이다. 남보다 먼저 다양성을 인정하고, 생각을 바꾸고, 원칙에 충실토록 하자.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우리사회에 고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계층 간의 사고나 인식의 격차를 극복함으로써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갉아먹는 일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