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누구를 찍을 것인가

정책보다 이미지에 의존 지양할 자세… 헌법에 내재된 투표 가치 떠올려봐야
   
▲ 전용배 (동명대 체육학과 교수)
[경인일보=]체육 및 스포츠분야에 종사하면서 평소 필자는 스포츠가 매력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실력이 있음에도 좌절하는 경우는 다른 많은 영역에서는 흔하디 흔하다. 세상이 꼭 실력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정확한 잣대를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어떤 영역에서든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사파무림(邪派武林)'의 고수는 널려 있다. 그러나 적어도 스포츠 세계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많지 않다. 아무리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를 폄하해도, 실력이 있으면 벤치에 머물지 않는다. 관중석의 팬들이 가만두지 않는다. 경기력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기회는 오게 되어 있다." 스포츠분야는 보편적 규칙 때문에, 적어도 경기는 공정한 잣대가 적용된다고 믿고 있으며, 우열을 가리기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화두가 정치 또는 선거에 이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6·2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누구를 찍어야 할지. 우리나라 선거에서, 공약을 찾아 비교분석하면서 누구의 공약이 가슴에 와 닿는지에 따라 투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로 공약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북풍'과 '노풍'만 강조한다면,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하지만 실제 국민들 눈에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고 권리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가 나은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시·도 교육감과 교육의원도 선출해야 하는데, 후보난립과 정보 부족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유권자를 탓해야 할지,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유권자의 몫으로 남겨 둘 수밖에.

혹자는 "선거란 결국 최선이 아니라 차선, 최악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과정이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면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차악(次惡)을 선출하기 위해 투표장에 간다면 너무 비참하지 않을까. 아무리 오십보백보라지만 그래도 보다 낳은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이 유권자의 역할이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라면 일반적으로 선출직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동네 앞마당이라도 쓸어본 경험, 즉 남을 위해 봉사와 희생해본 경험이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남을 위해 삶의 일부분을 희생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느냐는 전제가 깔려 있다. 전문성은 비례대표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가 보편적 선택의 기준이 될까. 해답은 대한민국 헌법에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집권여당이나 기존 시·도지사를 심판해야할 목적이라면, 그 당이 또는 기존 시·도지사 집권 시, 이전 집권세력이나 시·도지사 때와 비교하여 삶의 질이 나아졌는지, 개인 및 집단의 인권이 성장했는지, 경제발전 지표가 우수한지,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었는지, 이념의 다양성이 확보되었는지, 복지가 나아졌는지, 교육 및 의료서비스가 진일보했는지, 보다 투명한 사회가 되었는지, 과거보다 행복해졌는지 등, 대한민국 헌법에 내재되어 있는 기본가치를 준거의 틀로 적용한다면 보다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정권이든 또는 시·도지사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항시 공과 과가 상존할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 같이 근무 중인 외국인 교수들이 가끔 의아해하곤 한다. 미국의 경우 기득권층과 비즈니스맨들은 대부분 공화당 쪽이고 흑인들 및 지식인층은 대부분 민주당 쪽인데 반해 한국은 자기 정체성과 상관없이 투표하는 것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필자가 보기엔 그것은 민주주의의 역사와 성숙도의 문제이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죽기 직전에 "아직도 수천 명의 사회학자 중에서 공화당원을 한명도 확보하지 못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는 우스개가 있다.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회학자가 공화당원이 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유권자의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 후보의 정책보다 이미지에 의존하여 투표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헌법에 내재된 가치를 떠올리면서 투표에 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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