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글밭

정월 대보름과 영농준비

   
▲ 이상필 (경기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장)
[경인일보=]신묘년의 해가 솟은지도 벌써 한달 넘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민족의 고유 명절인 음력 정월대보름이다. 정월대보름 하면 떠오르는 옛 추억과 놀이들이 어릴 적 향수를 생각하게 한다. 보름 전날밤 일찍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잠들면 눈썹이 세어질까싶어 잠 못들다 깜박 잠이 들어 버려서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 부터 쳐다보고 혼자 웃던 일. 그리고, "상필아~" 하고 다정히 부르는 친구들의 부름에 "응!" 하고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라"는 더위 팔기 풍습, 깡통에 불을 지펴 돌리며 흥에 겨워 놀던 쥐불놀이 등이 주마등처럼 내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정월대보름 또는 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로 오기일(烏忌日)이라고도 하며, 한자어로는 '상원(上元)'이라고 한다. '상원'은 도교적인 명칭으로, 삼원(상원, 중원, 하원) 중 첫 번째이다. 새해들어 처음 맞이하는 보름날로서 농사의 시작일이라 하여 매우 큰 명절로 여겼으며 우리 농업인에게는 아주 중요한 날이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대보름에도 섣달 그믐날의 수세하는 풍속과 같이 온 집안에 등불을 켜놓고 밤을 새운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는 한나라때부터 대보름을 8대 축일의 하나로 중요하게 여겼던 명절이었으며 일본에서도 대보름을 소정월(小正月)이라 하여 신년의 기점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이는 대보름날을 신년으로 삼았던 오랜 역법의 잔존으로 보이며,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건대 대보름의 풍속은 농경을 기본으로 했던 고대사회로 부터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농경을 기본으로 하던 우리 문화의 상징적인 측면에서 보면, 달은 생생력(生生力)을 바탕으로한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음양사상(陰陽思想)에 의하면 태양을 '양(陽)'이라 하여 남성으로 인격화했고, 달은 '음(陰)'이라 하여 여성으로 생각했다. 달은 여신, 땅으로 표상되며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地母神)으로 출산하는 힘을 가졌다고 여겼다.



대보름날에는 쌀, 수수, 팥, 조, 콩 등 다섯 가지 종류의 곡식을 섞어 오곡밥을 지어 먹으며, 아침 일찍 부럼이라고 하는 껍질이 단단한 과일을 깨물어서 마당에 버리는데, 이렇게 하면 1년내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부럼깨기를 했다. 귀밝이술을 마셔 액운을 떨쳐버리고, 밤에는 뒷동산에 올라가 달맞이를 하며 소원을 빌고 1년 농사를 점치기도 했다. 대보름의 풍년과 복을 비는 행사로는 볏가릿대세우기·용알뜨기·놋다리밟기 등이 있고, 놀이로는 지신밟기·용궁맞이·하회별신굿·쥐불놀이·사자놀이·줄다리기·차전놀이 등이 있었다. 농가에서는 정월을 '노달기'라 하여 농민들은 휴식을 취하며 그해 농사준비를 했다.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거북놀이는 농부들이 시늉을 하는 두 사람을 앞장세우고 마을의 큰 집을 찾아간다. 그러면 집주인은 거북의 방문을 받으면 풍년이 든다고 하여 이들을 반기며 술상을 내오고 농부들은 농악을 치고 배불리 먹고 마시며 이날 하루를 즐기는 풍습이었다. 올 겨울은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농업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놀이와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의 액운을 막아 달라는 풍속놀이 행사가 펼쳐졌으면 한다. '생명 창고의 열쇠는 우리 농업인의 손에 있다'는 윤봉길 의사 말씀을 되새기며 열심히 땀흘려 일하는 우리 농업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모든 액운을 모두 팔아서 웃음과 기쁨만이 넘치는 풍요로운 농촌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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