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게르만 민족이동에 비견되는 조선족의 이동

南·北韓 오가며 경제·문화등 소통 기여

'한국서 고생하는 사람' 인식 이젠 바꿔야
   
▲ 강진갑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실장)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시점에, 주말에 열린 학회 참석차 일본 교토에 있었다. 일본과 중국의 조선족 연구학회, 한국의 재외한인학회,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대학이 공동으로 '한중일 협력시대의 코리안'을 주제로 개최한 학회였다. 학회에는 필자처럼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활동하는 조선족 학자, 일본에서 활동 중인 조선족 학자, 재일동포학자, 브라질 이민 출신 학자 등 한국인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나 성장 배경이 달라 각기 다른 정체성을 지닌 학자들이 모여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도 벌였다.

학회에 참석한 학자들은 한중일 협력을 위해 조선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였다. 한국인 중 상당수가 아직도 조선족 하면 힘든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을 떠올리고, 다문화 정책을 담당하는 공직자들조차도 이러한 인식에서 머물러 있는 현실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지금 조선족 중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전문분야에 진출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고,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5월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에서 우승을 차지한 중국 옌볜 출신 가수 백청강도 그 중 한 명이다. 지금 중국은 문화산업을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 간의 경제 교류에서 문화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학회에서 경기도의 역사문화자원의 활용 현황 및 가치에 대한 글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유학을 리더십, 환경, 자본주의와 같은 현대적인 키워드로 재해석하는 경기문화재단의 작업을 소개하고, 유학을 우리 시대 새로운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같은 유교 문화권인 한중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라는 논지로 글을 발표하니 여러 학자들이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표명하였다.

이날 학회에서 발표된 글 중 특히 관심을 끈 글은 옌볜과학기술대 이승율 부총장의 글이다. 이 부총장은 남북관계 전개과정에서 조선족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남북한과 주변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 속에 정리되겠지만 조선족은 남한과 북한 양쪽과 혈연관계를 가지고 있고, 남북한 모두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남북관계 진전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조선족은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사업을 펼치고 있기에 시장경제를 모르는 북한경제를 개방으로 이끌 수 있으며, 남북한을 오가며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과 중국 문화와 소통하는 데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 및 일본에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한 유학생, 상사 주재원, 기업인 등 조선족 엘리트들이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변화가 예견되는 시점에 눈여겨볼 주장이다.



이제 조선족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에 큰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조선족을 더 이상 한국에 와서 힘든 일을 하는 사람 정도로만 인식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조선족은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조금씩 상실해가고 있는 도전 정신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랴오닝 성, 지린 성, 헤이룽장 성 등 중국 동북 3성에 살던 200여만 명의 조선족 중 그들의 집거지에 그대로 남아 있는 이들은 60여만 명이고 나머지 140여만 명은 모두 새로운 성취를 위해 살던 곳을 떠났다. 게르만 민족 대이동에 버금가는 자발성에 기초한 민족 대이동을 한 이들이 조선족이다. 이처럼 강인하게 새로운 곳을 개척해가는 집단이 앞으로 10년, 20년, 50년 뒤에 어떠한 집단으로 성장해 있을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제 우리가 조선족의 성장을 도와 함께 문제를 풀어가고 함께 성장할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이들을 규제 대상으로만 파악하여 조선족이 우리와 상관없는 다른 성장의 길로 가게 내버려둘 것인지. 이제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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