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2469_513654_0347
▲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정치인들 교육문제 지나치게
포퓰리즘적 대처한다는 느낌
촌지문제 해결하는데
교사와 학부모 잡범 수준으로
몰아 가는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 범하는꼴


예로부터 가르치는 사람은 ‘스승’으로 많은 존경을 받았는데, 요즘은 선생님이 ‘잠재적인 범죄집단’이 된 느낌이다. 정치인들이 통과시킨 ‘김영란 법’에서는 처벌 대상에 언론인과 선생님들을 공적인 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포함시켜 위헌 논쟁이 한창이다. 언론인이 포함된 데 대해서는 언론 탄압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 여론이 높지만, 선생님을 위한 옹호의 목소리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더니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발표한 ‘불법 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에서 1만 원짜리 상품권을 받은 교사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교사가 촌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신고한 사람에게는 수수액의 10배, 최고 1억원까지 포상금을 준다고 한다. 포상금을 노리고 선생님을 감시하는 파파라치도 등장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대해서는 찬성론과 반대론이 있다. 찬성론자들은 학교의 촌지문화 척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반대론자들은 교사 집단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아간다고 비판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이 관심을 끄는 것은 다른 교육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 촌지 문제는 올바른 교육을 왜곡시키는 학교 현장의 비리이기 때문에 근절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나 찬성한다. 그럼에도 김영란법과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을 보면 정치인들이 교육문제를 지나치게 포퓰리즘적으로 대처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서울시교육감은 정치인은 아니지만, 선출직이기 때문에 실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치인들과 비슷한 입장일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1분짜리 청렴 서울교육 홍보 동영상을 배포했다. 여자 어린이가 교실에서 울고 있는데, 그때 학교 안 곳곳에서 학부모와 교사가 음흉스럽게 웃으면서 촌지와 선물을 주고받는 동영상이다. 어린이는 촌지 문제로 상처 입은 모습을 연상케 한다. 지나치다는 비판 논란이 일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한 언론에서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과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운전이 존경을 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남을 가르치는 일은 어느 사회에서든지 존경을 받는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듯이, 가르치는 일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의 인생도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무리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아직도 부모 말은 믿지 않아도 선생님 말은 믿는 학생들이 많다. 촌지를 받는 교사들이 일부 있을지는 몰라도, 아직도 많은 선생님들은 어린 제자들을 위해 밤낮으로 애를 쓰고 있다. 최근 헬기사고가 난 가거도와 같은 낙도나 산골에서도 선생님들은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선생님들의 교육력은 자긍심과 교육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다. 그런 선생님들을 모두 ‘예비 범죄인’으로 묘사해서 캠페인을 하는 것이 과연 우리 교육에 무슨 도움이 될까. 그것을 본 어린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부모를 어떻게 생각할까. 선생님에 대한 학생의 신뢰도가 없으면 교육효과는 매우 낮아지거나 없어진다. 선생님과 부모님을 ‘잠재적인 범죄인’으로 생각하는 어린 학생들의 실망감이 가져올 폐해는 생각해봤는지 의문이다. 오래 전부터 촌지문제가 두려워 스승의 날에 문을 닫는 학교가 많은 나라에서, 자긍심을 빼앗기고 자괴감만 갖게 된 선생님들이 과연 정성을 갖고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촌지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해도, 교육문제를 일반적인 잡범 수준의 사회문제로 접근하는 정치인들과 서울시교육청의 대처 방식은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처벌 대상에서 자신들은 빼놓고, 선생님들을 끼워 넣은 김영란법이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포퓰리즘적인 대증요법보다는 조용하고, 치밀하게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과 정부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촌지 부담 없이 자유스럽게 만날 수 있는 분위기나 문화, 제도를 만들어야 교육이 산다.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