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늘의 창]참을 수 없는 단독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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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사회부 차장
초년생 시절, 단독을 붙일 수 있는 기사를 쓰는 일은 무척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보도가 되기까지 사실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파장이 커질 것이니 후속보도를 위해 단단히 준비도 해야 한다. 이렇게 공을 들여 단독기사를 보도하고 나면 다음 날 타사 동료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저 단독했어요"라고 자랑하지 않아도 타사 동료들이 후속보도를 위해 취재배경을 묻고 취재원 등을 알려달라고 연락을 해오면 '선수들한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고 그 연락이 참 반가웠다. 흔쾌히 취재 소스를 공유하며 선의의 경쟁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일까. 단독 기사 앞에 굳이 '단독'을 달지 않았었다. 신문의 특성상 기사제목에 '단독'을 달지도 않고, 매일 지면 상위 부분을 차지하는 기사들은 새로운 것을 쓰는 게 당연했으니 단독을 붙이는 것이 낯간지러운 일이었다. 동료들의 인정을 받았고 내 기사를 발판삼아 함께 문제를 파고들며 진실로 나아가고 있는 것만으로 보람됐다.

최근 들어 벌써 몇 번째 단독기사를 도둑맞았는지 모르겠다. 같은 업계이니 누워서 침 뱉는 것 같아 일일이 거론해 얼굴을 붉히고 싶진 않다. 그러나 기본적인 상도의조차 사라진 풍경은 솔직히 낯설기만 하다. 단독 기사를 그대로 베끼고 버젓이 '단독'을 굵고 진하게 달아두는 것은 양반이다. 더 잘 팔리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 자극적인 것만 짜깁기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을 볼 때마다 회의감마저 든다.



요즘은 단독기사를 작성해도 오히려 단독을 달고 싶지 않다. 품격있게 일하고 싶은, 알량한 자존심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포털이 장악한 언론시장에 최약체인 지역지는 고생해서 발굴한 단독기사가 포털의 저 끄트머리로 밀리고 밀려 다른 이의 단독기사로 탈바꿈되는 꼴을 당하기 일쑤라, 단독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저급한 단독경쟁에 끼어야 하나 자괴감이 든다. 쓰다 보니 이 글에도 '단독'이 총 16번 들어갔다. 포털 알고리즘은 이 글을 상위에 올려두려나. 우스운 생각이다.

/공지영 사회부 차장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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