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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인천 수돗물의 '개과천선'

식품위생 수준 상수도 혁신…불안감, 깨끗하게 걸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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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무리한 수계전환 탓 '적수 사태'… 초기 대처도 실패
지난해엔 정수장 관리 부실로 '깔따구 유충' 가정까지 유입

市, 시설 개선 등 '종합대책' 수립… 내년까지 316억원 투입
방문 수질관리 '워터케어' 운영·'ISO 22000 인증' 등 추진도
상수도사업본부장 "시민 신뢰 회복하는 데 모든 역량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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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7기 인천시는 유독 수돗물로 많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2019년에는 서구 일대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일명 '적수(赤水)' 사태로 시민들이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는 극심한 불편을 겪어야 했고 지난해에는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했다.



최악의 수돗물 사고를 연이어 치른 인천시는 최근 국제적 수준의 수질 관리를 위해 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 22000) 인증 취득을 준비하는 등 수돗물 관리에 총력을 쏟고 있다. 최악의 수돗물 사태 발생 후 2년이 지난 지금, 인천 수돗물이 '개과천선'하고 있다.

# 인재(人災)였던 '붉은 수돗물'과 '유충' 사태

2019년 5월30일, 인천 서구에서 처음으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다. 단순히 한 가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구 검단·검암·청라 지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은 생각보다 심했다. 음식과 설거지, 빨래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학교까지 급식을 중단하는 등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당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이 기준치 이내라 문제가 없다"는 말뿐이었다. 하지만 서구에 이어 6월2일에는 중구 영종 지역에서, 6월13일에는 강화 지역에서 같은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결국 인천시는 최초 민원이 발생한 지 닷새 뒤인 6월4일에서야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인천시는 비상대책지원단을 가동했고, 정부까지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무리한 수계 전환이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5월30일 서구 관내 공촌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는 풍납취수장이 전기 점검으로 가동이 중단되자 인근 수산정수장의 물을 대신 서구로 공급했다.

물을 갑자기 세게 흘려보낼 경우 이물질이 떨어져 나갈 우려가 있어 10시간 정도 물을 서서히 흘려야 하는데, 인천시는 불과 10분 만에 밸브를 개방했다. 유속이 평소보다 두 배나 증가한 것이었다. 관의 흔들림과 수압 때문에 관로의 녹과 물때가 수돗물에 섞이면서 최악의 수돗물 사태가 발생했다.

환경부는 이 사태를 '인재'로 규정했다. 초기 대처 미흡으로 골든 타임을 놓쳤고, 정확한 원인도 파악하지 못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을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무능과 부실 대응, 무책임이 합쳐져 빚어진 일이었다.

조사 과정에서는 정수장 내 물의 탁도를 측정하는 장치가 고장 났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인천시는 고장 난 탁도계만 믿고 엉뚱한 대처를 한 셈이었다.

인천시는 당시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을 직위 해제하는 등 수질 정상화에 모든 행정력을 투입했고, 사태 발생 67일 만인 8월5일에야 수돗물 정상화를 선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당시 담당 공무원들은 탁도계를 임의로 조작해 사고를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적수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20년 7월9일, 이번엔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번에도 피해 지역은 서구였다. 서구 왕길동 한 빌라 수돗물 필터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서구 지역은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수도 필터 확인이 생활화된 상황이었다. 인천에서만 2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고, 전국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이 빗발쳤다.

인천에서 촉발된 수돗물 유충의 불안감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환경부가 다시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에도 정수장 관리가 문제였다. 유충의 산란처가 되기 쉬운 정수장이 제대로 밀폐되지 않은 채로 운영돼 깔따구 성충이 유입된 것이었다.

문제가 된 인천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은 건물에 방충망이 있었지만 창문 개방이나 환기시설 중단, 사람 출입 시 깔따구 성충의 유입이 쉬운 구조였다. 깔따구가 두 정수장 활성탄 지(池)로 들어가 알을 낳았고, 여기서 서식한 유충이 가정으로 흘러든 게 화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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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30일, 박남춘 인천시장 등이 인천 서구 공촌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준공식에서 시음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에 역량 집중하는 인천

2년 사이 최악의 수돗물 사태를 연이어 겪은 인천시는 종합대책을 수립해 '상수도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수돗물의 위생을 식품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게 인천시 목표다.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정수장 시설·운영 개선, 인력 전문성 강화, 시민 소통 강화 등이다.

먼저 내년까지 31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방충 시설을 개선하고, 위생 관리 시설을 보강할 계획이다. 또 정수 처리 전 공정에 대한 유충 모니터링을 실시해 재발을 방지하고 세척 주기를 단축했다. 소독 처리와 고도 정수 처리 공정도 강화해 운영 중이다.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에는 미세 거름망도 설치할 계획이다. 미세 거름망은 간격이 0.088㎜로, 0.1㎜ 크기의 작은 유충까지 걸러낼 수 있는 촘촘한 구조다. 유충 분석 장비와 체계도 함께 구축해 그간 국립생물자원관에 의뢰했던 소형 생물 분석 작업을 자체적으로 시행한다.

유충 등의 민원이 발생할 경우 '인천형 워터케어'가 투입된다.

수질 관리 전문 인력인 이들은 민원이 발생하면 가정에 직접 방문해 무료로 수질 검사를 한다. 아연과 망간 등 7개 항목에 대해 검사하고,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배관 상태를 진단하고 배관 개량 지원사업까지 돕는다. 수돗물에 대한 시민 불안감을 즉시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올해 8월까지 수돗물에 대해 식품 안전 부문 국제 규격인 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 22000)을 취득하는 것도 인천시 목표 중 하나다. 수질 관리뿐 아니라 식품 수준의 국제적 위생,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는 서울 '아리수'와 부천시 수돗물 등이 인증기관인 BSI(영국표준협회)로부터 이 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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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23일, 박남춘 인천시장 등이 인천 서구 공촌정수장에서 수돗물 정상화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최근 환경부의 정수장 위생관리 실태 점검 결과, 인천 전체 7개 정수장에선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 정수 처리 공정 운영·관리 실태 점검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방충망과 건물 출입문 등 일부 시설은 보완이 필요하지만, 관리 부실로 최악의 수돗물 사태를 겪은 점을 고려하면 크게 개선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인천시가 지난 두 차례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상수도 혁신'을 이룰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조인권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시민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수돗물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선진 정수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등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상수도사업본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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