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 전통주 연구, 그리고 계승과 발전

입력 2023-05-16 19:46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5-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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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선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식품개발팀장
'전통주'란 '한 나라나 지역 등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양조법으로 만든 술(표준국어대사전)'이라 정의할 수 있다. 사실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 주변의 술은 대부분 맥주, 소주(희석식), 막걸리가 전부였다. 경제 성장과 함께 외국의 다양한 술들이 수입되면서 국내에서도 편하게 경험할 수 있는 시대를 살다보니 전통주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통이 마냥 옛것이고 올드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퓨전국악이나 생활한복처럼 우리 문화의 다양성 확대라는 측면이 주목을 받는다. 전통주 역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음식처럼 소비되던 음료다. 흉년이 들어서 술을 만들지 못했던 금주령 시기를 빼면 술은 가정에서 빚어 먹던 음식의 범주에 속했다. 김치나 된장과 같은 발효 음식이었고 조상께 올리는 제주(祭酒)나 절기마다 빚던 술들도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가양주(家釀酒) 문화였다.

술을 빚는 것은 가정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식생활의 변화와 새로운 술들의 수입으로 인해 전통주를 마시는 문화도 한동안 우리의 식탁에서 멀어져 있었다. 


막걸리든 약주든 소비 많아지면
그 지역 쌀·농산물 소비 늘어나


그런데 전통주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일본을 중심으로 막걸리에 대한 열풍이 불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막걸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2008년부터 전통주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쌀 소비가 감소하는 문제를 다양한 가공품으로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초기 전통주 연구의 상당 부분은 막걸리에 집중돼 있었다. 2008년부터 막걸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색고구마 막걸리와 산양삼 막걸리를 비롯해 지역과 연계된 다양한 막걸리들을 개발하게 되었다. 특히 기술이전을 한 제품 중에서는 국내외에서 맛과 품질로 인정받은 제품들이 많다. 2009년 한·일 정상회담 건배주로 사용된 자색고구마 막걸리, 우리술품평회의 대통령상을 받은 호담 산양산삼 막걸리가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농산물 소비를 위해 전통주가 아닌 술도 개발했다. 양평의 꿀소비를 위해 100% 벌꿀을 이용한 허니와인을 개발해 양봉영농조합법인에 기술 이전을 했고, 우리술품평회에서 여러 차례 대상을 받았다. 또한 작년에는 대통령 취임식의 대표 건배주로 사용되는 영광도 얻었다. 이처럼 다양한 전통주 및 주류 연구를 통해 23개의 전통주 제품을 개발했고 22개의 양조장에 제조기술을 이전했다.

전통주의 소비 증대는 농산물 소비와 관계가 깊다. 술 제조는 기본적으로 농업이 바탕이 된다. 지역에 따라 잉여 농산물이 술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식량이 부족하다면 술은 발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쌀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이며, 이는 전년 56.9㎏ 대비 0.2㎏ 감소한 수치다. 쌀 소비를 위해서는 기호식품인 전통주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술은 그동안 쌀 소비에 있어 떡류 다음으로 소비가 많이 되는 제품이었다. 특히 전통주는 우리 쌀과 농산물을 소비하는 제품이다. 막걸리든 약주든 전통주의 소비가 많아지면 그 지역의 쌀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

최근 젊은층 관심 높아지면서
전문점·보틀숍 등 예비창업자 증가
우리의 술 역사 꾸준히 이어가야


전통주에 대한 최근 가장 큰 특징은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소비자로서의 관심뿐만 아니라 양조장이나 전통주 전문점, 전통주 보틀숍 등 전통주의 모든 분야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통주는 주류시장에서 '약자'에 속한다. 현재 전체 주류시장 8조8천345억원(2021년 기준) 중 전통주(민속주+지역특산주)가 차지하는 부분은 941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1%만을 차지하고 있다. 점유율을 조금만 높여도 전통주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마시는 음료로서 희로애락을 같이한 전통주야말로 우리가 꾸준히 계승 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술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좋은 제품 개발을 통해 전통주의 발전에 지속해서 이바지할 것이다.

/이용선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식품개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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