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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름철, 전천후 대비가 필요한 이유

입력 2023-05-18 19:49 수정 2023-05-19 11:3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5-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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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동 기상청장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오래 내리는 비이기에 우리 선조들은 '오란비'라 불렀다는 장마다. 장마는 보통 6월 하순에서 7월 중하순 사이 장마전선이 남북을 오르내리면서 장기간 내리는 비를 말한다. 하지만 장마철이라고 해서 매일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장마의 지속 기간이 평균 31일인데 반해 강수일수는 17일로, 장마철 한 달 중 절반 가까이는 비가 오지 않는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점차 북상하여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물러나면 장마와 내년을 기약하며 인사를 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새로운 손님 무더위를 맞이한다. 그렇다면 장마가 끝났으니 더 이상 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아니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 여름철에 가장 큰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태풍과 집중호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중호우의 발생빈도는 7~8월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9월과 6월 순이다. 장마 종료 후에도 집중호우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집중호우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기 때문에 많은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집중호우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특히 최근 20년간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는 1970~1990년대보다 20% 이상 증가하였다. 장마철은 있지만 그 정체성은 모호해지고 있어, 집중호우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해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극심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8일과 9일 이틀간 누적 강수량은 경기도 광주(지월) 534.0㎜, 서울 동작구(기상청) 515.5㎜로 500㎜를 훌쩍 넘었다. 시간당 최다 강수량은 서울 신대방동에 141.5㎜로 한 시간 동안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도로가 침수되어 차량이 물에 잠기고 선로 침수로 지하철 운행이 중지되었으며, 싱크홀과 산사태가 발생해 축대와 옹벽이 붕괴하는 등 각종 피해가 이어졌다. 지하 공간에서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하수도 역류, 하천의 범람으로 저지대 주택과 지하상가가 침수되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상업지구 내에 있는 지하 시설의 경우 천장까지 물이 차올라 전기 설비 및 시설복구를 위해 한 달 이상 영업이 중지되는 등 재산피해도 막대했다.



이처럼 우리는 장마 기간뿐만 아니라 장마 시작 전에도, 장마가 끝난 이후에도, 즉 여름철 내내 집중호우에 대비해야 한다. 도시에서는 도로, 하수도 등 배수시설이나 배수로를 점검하고 산업현장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한 취약 요인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하천 제방을 정비하고,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는 대피 장소를 사전에 확인하고, 집 근처 배수로를 점검하는 등 각종 붕괴와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한 정기적인 정비와 유지보수도 필요하다. 그리고 여름 휴가철을 맞아 산간 계곡을 찾을 경우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예보를 미리 파악하여 등산이나 물놀이 등 위험한 활동을 자제하고 물살이 거센 계곡은 건너지 않는 등 위험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집중호우 시에는 감전사고 발생 위험도 크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도로 침수 시 가로등과 신호등, 맨홀 뚜껑 등 전기가 흐르는 시설물 주위는 최대한 멀리 피해서 다니고 주택이나 상가 등의 건물이 침수되었을 때는 누전차단기부터 내려 전기를 차단해 감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최근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철 강수의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자연재해의 규모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생활 속 실천과 국제적인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은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절약, 대중교통 이용, 저탄소 배출 제품 구매 등을 실천해야 하고 국제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여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이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중장기적으로 줄이거나 늦출 수 있을 것이다. 기상청도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보다 정확한 기상예보와 기상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며 이번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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