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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사전문법원 '인천'에 설립, 선택 아닌 필연

입력 2023-06-13 19:54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6-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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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해사법원을 인천으로'. 세계 193개국의 750만 재외동포들을 지원·관리하는 재외동포청 유치를 이뤄낸 인천이 이번엔 해사법원 유치에 뛰어들었다. 최근 인천시를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은 '해사전문법원 인천 유치'를 위한 범시민 촉구대회를 성황리에 마무리하는 한편 100만인 유치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해사법원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all ways INCHEON', 즉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 인천시 모토처럼 인천은 바닷길과 하늘길을 통해 우리나라와 세계를 이어주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관문임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해사법원 설립의 유력 후보지로 인천이 거론된 건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해사법원의 기능과 역할을 이해하면 왜 인천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바다·하늘길 대한민국 관문
해사분쟁 국제사회 파급력 상당


해사법원이란, 해상·선박과 관련된 다양한 소송과 분쟁을 담당하는 전문법원으로 선박충돌 사고나 해상보험·선원 관련 사건 등의 사건이 모두 그 관할이다. 하지만 무역규모 세계 7위, 조선업 세계 1위의 해양강국인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해사법원을 두지 않고 있다. 물론 서울중앙지법과 부산지방법원 등에 해사 전담재판부를 설치해 해사사건을 처리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민사재판의 연장일 뿐, 세계 각국의 쟁쟁한 해사법원과는 경쟁 상대 자체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선박은 그 특성상 전 세계를 항해하다 보니 해사분쟁 역시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에 발생하거나, 국제 해양규범 등을 위반해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사분쟁 자체가 국가 간 무역분쟁 내지 외교분쟁으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해사법원의 판결은 각국의 일반법원이 내린 민사·형사 판결과 달리 국제규범성을 인정받을 정도로 국제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입물량의 99%가 선박을 통해 운송될 정도로 해상무역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사법원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 해사사건들이 홍콩, 싱가포르 등 외국 법원에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는 건 뼈아픈 팩트이다. 해외 기업들이 국내 기업과 계약 시에 '해사분쟁이 발생할 경우 외국의 해사법원에서 처리한다'는 규정을 넣는 경우도 상당수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법률비용만 해도 한 해 4천억원이 넘는다고 하니 해사법원 설립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인천항, 국내 컨 물동량 2위
글로벌 허브공항 '무역 중심지'
서울 접근성·관련기관 다수 장점


그렇다면 왜 인천인가? 인천은 국내 제2위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유지하는 인천항은 물론 국제화물 세계 2위와 국제여객 5위의 글로벌 허브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을 보유한 무역의 중심이다. 또한 해사분쟁의 당사자인 해운회사와 보험사가 밀집한 서울과의 접근성도 탁월하고 해양범죄 수사는 물론 국제 해양갈등 조정까지 담당하는 해양경찰청에, 해양 관련 국제기구인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아태지역사무소) 역시 인천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규모까지 생각한다면 중국 대륙과 인접한 인천이 해사법원의 최적지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해사법원을 인천에 둘 경우 수도권만 비대해져 지역균형발전에 역행된다는 우려의 목소리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그간 인천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원죄로 인해 300만 대도시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초라한 대우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공기업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에서도 인천은 배제됐고 지역사회의 경제와 교육을 책임질 기업과 대학의 질과 양에서도 타지방 거점도시에 비해 열악하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심지어 국영방송인 KBS의 경우 인천시민이 내는 수신료가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음에도 전국 광역시중 유일하게 인천에만 지역 방송국을 두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인천에만 고등법원이 없어 지금껏 서울고등법원을 빌려쓰는(?) 처지인 것도 씁쓸한 현실이다. 그간 인천이 겪어온 역차별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해사법원을 인천에 설치하는 것이 또 다른 의미의 지역균형발전이 아닐지 진지하게 되묻고 싶다.

300만 인천시민들의 의지는 충분히 모아졌다. 과연 그 염원이 현실에서 이루어질지, 이제 공은 인천 정치권의 몫으로 넘어갔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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