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킬러문항 사태 후 첫 수능

입력 2023-11-15 19:44 수정 2024-02-07 19:46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1-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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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국 고사장에서 50만4천여명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수시 선발이 정시 선발을 압도하면서 수능에 대한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지만, 인생의 첫 분수령이라는 상징의 무게는 여전하다.

킬러문항 사태로 전국민이 시험 후 공개될 수능 문항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혁파의 일환으로 수능 킬러문항 삭제를 강력하게 지시하면서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다. 상대평가인 수능에서 문항의 수준으로 수험생의 학력을 변별할 수밖에 없고, 가장 어려운 문항의 속칭이 킬러문항이었다.

킬러문항의 악명은 2022학년도 수능의 오류 문항으로 자자해졌다. 법원이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출제 오류를 인정하는 소동이 해외에도 알려졌고,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 교수가 제자에게 문제를 풀어보라 했다. 제자는 "문제조건 자체가 모순이라 정답을 고르려면 의도적으로 진실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못 맞추게 문제를 꼬고 꼬다가 문제가 틀렸다는 것이다. 프리처드 교수는 "고등학교 시험에서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출제된다는 것이 놀랍고 인상적"이라고 했다. 한국 교육에 향한 정중한 조롱이었다.



대통령은 킬러문항 출제 및 강의를 유명학원과 강사들이 독점하고, 이 독점구조에 발을 디딘 학생들이 수능 고득점을 독점하는 구조를 '사교육 카르텔'이라며 교육부를 질타했다. 6월 모의평가부터 킬러문항 배제를 지시한 대통령 말을 흘려들었던 교육부는 꽁지에 불이 달린 양 킬러문항을 배제한 시험지로 9월 모의고사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공개된 킬러문항들은 그야말로 난수표였고 일반 여론은 호응했다. 학원들이 세무조사 등 된서리를 맞았고, 킬러문항을 학원에 납품한 교사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대통령이 일일이 대입 시험 문제에 관여하는 것이 맞는지, 킬러문항 삭제로 사교육이 혁파될는지 논란이 들끓었다. 그 정도로 한국교육의 내부 모순이 심각하다는 증표들이다. 아무튼 킬러문항이 삭제됐다는 수능에 재수생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모처럼 수능 응시생이 폭증했다.

교육개혁을 외치지만 수직적인 학력의 계열에 따라 노동, 임금, 삶의 질을 차별하는 사회구조를 놔두고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킬러문항보다 살인적인 학력 차별이 문제라는 얘기다. 킬러문항 소동 후 첫 수능날, 50만명의 미래를 생각하니 머리가 번거롭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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