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칼럼

[이재우 칼럼] 미래를 디자인하라!

입력 2024-01-15 20:2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1-16 18면
박정희·김대중·노무현·이명박 등
역대 지도자 저마다 국가 방향 제시
핀란드 국회 미래委 정부정책에 반영
정권 상관없이 변화·전략 기여 유명
대통령 직속 상설 위원회 설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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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신년 계획을 세운다. 기업, 공공기관, 교육기관, 정부기관 등도 새해에 시행할 장단기 정책을 점검하고 올해 실행 정책을 구성원에게 각인한다. 각 단체의 기관장들은 신년사에서 그 기관이 그 해에 중점을 두어야 할 정책이나 미래 비전을 밝히기 마련이다. 개인부터 거대한 기관까지 대개 미래 비전을 세우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매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국가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은 시대정신과 미래비전을 함께 담아내야 하며, 국민적 합의와 동의가 있을 경우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다. 대부분의 나라는 국가비전을 설정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시대에 따라 국가 미래비전이나 국가 미래전략을 세워서 실행하곤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하게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영향을 받아 미래 사회는 지능 정보화 사회로 전환할 것임을 예측하였고,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설치함으로써 인터넷 강국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을 놓았다. 또한 디지털 인프라가 발전하면서 IT 벤처 창업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함으로써 오늘날 굴지의 IT 기업이 탄생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에 '함께 가는 희망한국 비전 2030'을 발표하여 20년 후의 국가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에서 '국가미래기획위원회'를 설치하여 미래 비전을 생각하였다. 이렇듯 시대마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나라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다. 2018년에 국회미래연구원은 '미래영향 환경변수와 시나리오 도출 연구'에서 13개 분야에서 미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을 확립하였다. 2019년에 국회미래연구원은 13개 분야의 2050 종합미래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필자도 이 연구에 일부 참여하여 국가의 장기 미래를 예측하였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미래 시나리오는 30년 이상의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세대를 위해서 현재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제시하였다. 이 연구는 국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행정부에서 그 결과를 정책으로 채택하는 데 한계를 가졌다. 그렇지만 미래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기관에서 미래학자와 각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미래비전과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으로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핀란드는 국회에 상설위원회인 미래위원회를 설치하여 국가의 미래 비전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핀란드 미래위원회는 4년마다 국가 미래정책 보고서를 발표한다. 핀란드 미래위원회는 UN의 지속가능한 개발(SDG) 의제에 입각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실행 의제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여 핀란드 국회가 미래 지향적인 의제를 도출하고 실행 정책을 실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누구도 대변해 주지 않는 미래 세대를 위한 대변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누가 제시하느냐에 따라서 그 실행력이 달라진다. 대통령 중심제 나라인 경우 미래 의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있을 경우에 미래 비전과 장기 전략을 짜서 국가 장기 미래를 생각해 보고 실제로 필요한 정책을 시행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국가의 미래 비전과 미래 정책은 정권에 따라서 부침이 심하다고 할 수 있다. 핀란드의 경우 총리가 정책을 실행할 때 미래위원회의 미래 보고서를 참조하는 것은 정권에 상관없이 미래 변화와 미래세대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 기술의 발전은 미래 사회의 변화를 더욱 예측하기가 어렵게 하고 있다. 여러 국책연구소에서 기술변화에 바탕을 두고 미래 사회 변화를 예측하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대통령 직속의 상설 미래위원회를 설치하고 미래 위원회의 미래 보고서를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빠른 사회 변화를 반영하여 미래위원회는 적응적 미래 비전과 미래 전략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 미래의 변화를 읽는 자와 그저 수동적으로 미래 변화를 따라가는 사람은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물며 국가의 미래 비전은 더욱 더 예측하고 적응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 미래세대를 대변해야 하지 않을까?

/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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