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미친 과일값

입력 2024-02-06 20:01 수정 2024-02-06 20:0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2-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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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두고 과일값이 장난이 아니다. 경인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월 경기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사과는 52.1%, 배는 48.6%나 올랐다. 마트에서 제수용 사과 3개에 1만6천원이라니 입이 떡 벌어진다. 사과는 지난해 봄 저온현상과 여름철 폭우, 6월과 10월엔 우박 피해까지 입었다.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전년보다 30% 줄어든 39만4천t. 격감한 출하량에 소비자는 울고 농민은 별 재미가 없다. 배도 기상악화로 작황이 부진해 생산량이 전년보다 27% 감소한 18만3천802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영하로 떨어진 이상저온에 개화기 꽃눈이 흑변 괴사했다는 뉴스가 소환된다.

제수용 사과와 배 가격이 급등하자 대체용 과일들이 불티난다. 그중에서도 만감류가 인기다. G마켓에서는 오렌지 판매량이 556% 늘었고, 한라봉과 천혜향은 28% 증가했다. 한라봉과 천혜향 판매량은 명절 대표 제수 과일인 사과를 이미 추월했다. 딸기(130%), 바나나(67%), 키위(15%)도 덩달아 잘 팔린다. 비교적 저렴한 바나나도 金바나나가 될까 두렵다.

유례없는 고물가에 시민들의 시름이 어느 때보다 깊다. 지갑 두께는 그대로인데 씀씀이는 커지니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이 편치 않다. "차례상에 사과 한 알만 올리겠다", "사과·배 대신 귤과 바나나로", "고깃값보다 비싼 과일이라니"라는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정부는 과일 파동이 예고된 지가 언제인데 이제서야 840억원을 투입한다며 법석이다. 선거철 서민체험에 나선 정치인들의 전통시장 순례가 잦아졌다. 어묵 국물 호호 불어 마시고, 떡 사 먹고, 사진 찍고 떠나면 4년 뒤에나 올 사람들이다.



대목이어야 할 전통시장에 신명나는 흥정소리가 잠잠하다. 덤을 얹어준다고 구애해도 과일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 선뜻 장바구니에 담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가격표를 보는 소비자들의 눈은 말 그대로 '동공 지진'이다. 올해 설 차례상에 못난이 과일을 올려야 하나 고민할 지경이다. 시류에 맞춰 차례상 차림이 많이 간소해졌다. 하지만 조상 모시는 상차림엔 며느리 머리칼을 끊어서라도 정성을 다하는 마음은 그대로다. 해마다 초라해지는 차례상이 송구하다. 그래도 내리사랑이라 했다. 차례상은 초라해도 조상님 음덕은 넘치는 설이기를 바라본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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