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재소자 직업훈련 성차별

입력 2024-02-15 20:39 수정 2024-02-15 20:40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2-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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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악의 교도소를 가다'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진행자가 재소자 입장으로 직접 겪는 세계 각국의 교도소 풍경은 천태만상이다. 시즌 2부터 수감자 체험을 맡은 라파엘 로우는 살인 누명으로 감옥 생활을 하다 무죄로 풀려난 뒤 언론인이 됐다. 12년 수감 이력으로 교도 행정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다큐에 등장한 남미의 온두라스와 북유럽 노르웨이 교도소는 천당과 지옥으로 갈린다. 온두라스 교도소는 죄수들이 교도소 치안을 장악했다. 교도관과 감시장비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범죄자가 장악한 교도소에서 인권은 사치다. 반면 노르웨이의 호텔급 교도소는 대한민국 고시원 청춘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살인, 강간을 저지른 죄수들이 편의시설이 완비된 원룸에 거주하며 교도관들과 카드놀이를 즐긴다.

교도소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갱생을 실현하는 국가시설이다. 처벌에 방점을 찍으면 온두라스처럼 교도소 자체가 최악의 형벌 도구로 전락하고, 갱생에 주력하면 호화판 노르웨이 교도소도 가능해진다. 우리나라 교도행정은 이 중간쯤에 있다. 재소자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노르웨이처럼 죄수를 대접했다간 '돈이 썩었냐'며 민심이 들고일어날 것이다.



그래도 교정 교육을 통한 재범방지는 교도행정의 최종 목표다. 출소 후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다면 범죄의 유혹에 빠질 리 없고 사회는 더 안전해진다. 전국 교정시설에서 재소자들에게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이유다. 그런데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성차별적이란다. 남성 수용자에겐 웹툰, 광고 디자인, 신재생에너지, 3D프린팅 기계설계, 정보통신 등 첨단직종이 망라된 100여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여성에겐 달랑 15개 직종의 프로그램 제공이 전부란다. 그나마 피부·애견미용, 음식조리, 헤어·의상 디자인, 손뜨개 등 고소득 전문직과는 거리가 먼 직종들이 대부분이다.

남녀가 첨단 직종에서 차별 없이 종사하고, 용접·차량정비 남성형 직종에도 여성 진출이 활발한 시대다. 여성형 일자리에 대한 고정관념은 시대착오적이다. 사회엔 내국인들이 없어 외국인을 고용하는 일자리들이 즐비하다. 출소자들이 이런 일자리에서 자활할 수 있다면 그 효용은 일석이조 이상일 테다. 예산은 이런 데 써야 한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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