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손흥민과 이강인의 화해

입력 2024-02-21 20:48 수정 2024-02-21 20:5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2-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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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사과했고, 손흥민은 이강인을 감싸 안았다. 이강인이 런던으로 손흥민을 찾아가 이루어진 화해다. 이강인은 21일 SNS에 "'그날' 식사 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는 반성문을 게시했다. 손흥민 역시 SNS에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며 두 사람이 웃으며 나란히 선 사진을 게시했다.

지난 14일 아시안컵 대회 때의 '그 날 그 일'이 보도되면서 한국 축구계는 쑥대밭이 됐다. 앞서 7일 새벽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 역대 최강의 드림팀은 최악의 졸전을 펼쳤다. 열받은 축구팬들은 손흥민의 손가락 부상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언론도 주목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과 그를 선임한 축구협회장이 여론의 표적에 올랐다. 아시안컵에 일말의 관심도 없던 영국의 황색언론 '더 선'이 '손가락 부상'의 비밀을 특종 보도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클린스만 게이트'가 '탁구 게이트'로 희석된 것이다.

카타르 참사에 분노한 여론은 무섭게 두 사람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손흥민 팬덤과 이강인 팬덤이 두 선수를 향해 말로 할 수 있는 모든 폭력을 가했다. 유튜버들은 말도 안 되는 편집 영상으로 돈벌이에 나섰고, 제도권 언론들도 인용 부호에 숨어 팬덤의 충돌을 중계방송했다. 하극상에 민감한 정서상 이강인이 치른 대가는 혹독했다. 프랑스 프로 축구리그 중계사는 이강인을 가렸고, 광고주는 포스터를 내리고 영상을 삭제했다. 가족과 유명 팬들도 조리돌림당했다.



대중이 두 슈퍼스타를 열심히 물어뜯는 동안 클린스만은 두 선수에게 패배의 책임을 돌리고 위약금을 챙긴 채 한국과 인연을 끊었다. 축구협회장은 탁구 게이트 수습의 주역으로 언론 앞에 나섰다. 마침내 손흥민과 이강인이 첫 보도 이후 8일 만에 아름다운 화해에 이르자, 카타르 참사만 원형 그대로 남았다. 참사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숙의할 시간을, 참사의 책임자를 찾아 우왕좌왕하는 분노로 채웠다.

더 선의 맥락 없는 손가락 특종은 미스터리다. 출처 없는 외신에 편이 갈려 충돌한 한국인만 우스워졌다. 맹목적인 대중은 언제나 위험하다. 불순한 권력과 언론에 이보다 손쉬운 먹이가 없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화해로 사태를 종결지어 그나마 다행이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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