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에서 일하는 장애인 청년인턴들 "나의 첫 직장, 늙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

입력 2024-04-21 19:07 수정 2024-04-21 19:1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4-22 6면

4→19명으로 오전·오후 나눠

환경미화·전동킥보드 정리…
생계부담 덜고 사회활동 '용기'
기간제 2년 제약 일자리 고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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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장애인 청년인턴 활동을 하는 장애인들이 교정 여기저기 방치된 전동 킥보드를 전철역 출입구로 옮기고 있다. 2024.4.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곳(인하대학교)에서 형, 동생들과 함께 쓰레기도 줍고 틈틈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겁습니다. 가능하면 이곳에서 계속 이렇게 일하고 싶습니다."

인하대 장애인 청년인턴 신효준(31·지적장애인)씨의 말이다. 신씨는 어머니, 그리고 자폐를 지닌 동생과 지내고 있다. 어머니가 동생을 돌보느라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신씨가 가장이 돼야 했는데, 인턴으로 일하며 생계 걱정을 덜었을 뿐 아니라 사회활동을 할 용기도 얻었다.



또 다른 장애인 청년인턴 박수혁(26·지적장애인·가명)씨는 아버지와 단둘이 지내며 가장 역할을 하던 중 2018년부터 인하대에서 일하게 됐다. 2020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전셋집에서 나와 미추홀구 한 원룸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데, 인턴 활동 덕분에 형제와 같은 동료들도 생겼다.

박씨는 "일하는 것이 재미있다. 오래 일한 만큼 업무가 익숙해졌고 근무 분위기도 좋아서 계속 머물고 싶다"며 "일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일이 힘들지 않도록 '삼촌'이 신경을 많이 써주고 우리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아해 주니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친근감의 표현으로 장애인 청년인턴 업무를 담당하는 교직원 최재동씨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인하대는 2018년부터 장애인들을 청년인턴으로 고용하고 있다. 처음에 4명으로 시작한 인원이 지금은 19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평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4시간씩 교내 환경 미화, 창고 정리, 우편물 분류 등 다양한 업무를 한다. 도로 한가운데 방치돼 주차와 통행을 방해하는 전동 킥보드를 정리하는 것도 모두 이들의 몫이다.

장애인 청년인턴 활동은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커다란 계기가 됐다. 장애인 인턴들은 비장애인 인턴들보다 업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한번 손에 익은 일은 누구보다 능숙하게 해낸다고 한다. 일에 재미를 붙이니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일에도 한층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근무 기간 2년을 채우면 다른 직장으로 옮겨야 한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계약직은 2년까지만 회사·기관과 계약해 일할 수 있게 돼 있다. 박씨도 2년 계약이 만료된 후 인하대를 떠나 1년 이상 다른 곳에서 근무하다 다시 돌아온 경우다.

이들이 사회에서 일할 곳이 아직은 많지 않다. 인천 장애인일자리센터에는 일을 하고 싶어 대기 중인 장애인이 많지만, 정작 기관이나 사업체에서는 여전히 장애인 고용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인하대에서 일한 지 2년이 돼 가는 인턴들은 계약이 끝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벌써 고민이다.

인하대 장애인 청년인턴 맏형인 황인현(38·지적장애인)씨는 "그동안 많은 곳에서 면접을 봤지만, 모두 연락을 준다고 해놓고 아예 소식이 없었다. 나이가 동생들보다 많지만, 나에게는 인하대가 첫 직장"이라며 "지난해 4월 근무를 시작해 벌써 1년이 됐는데, 계약 기간과 급여 걱정 없이 늙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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