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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다. 10월은 오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것이란 걸. '뜀박질로 왔다가 뜀박질로 떠나는 것이 10월'이라는 이어령의 말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올 10월은 특히 그랬다. 너무 빨랐다.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어! 하는 사이에 훅~하고 지나갔다. 조동진의 노래처럼 '여름은 벌써 가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다.

10월과 함께 상념도 깊어졌다. 모두 마음이 심란한 탓이다. 어려운 경제, 답 없는 정치, 아니면 거리에 나 뒹구는 낙엽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동잎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가을이 온 줄 알았다'고 쓴 사람은 송강 정철이었다. 외로운 유배지에서 가을을 맞이하는 비참한 심회(心懷)를 이제 알 것 같다.

10월이면 이브몽땅의 샹송 '고엽(古葉)'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의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pt.2' 앨범에 수록된 '고엽'이 심금을 울린다. BTS는 노래한다. '저기 저 위태로워 보이는 낙엽은 우리를 보는 것 같아서/손이 닿으면 단숨에라도 바스라질 것만 같아서/그저 바라만 봤지/가을의 바람과 같이/…/오늘따라 훨씬 더 조용한 밤/가지 위에 달린 낙엽 한 장/부서지네 끝이란 게 보여, 말라가는 고엽/초연해진 마음속의 고요/제발 떨어지지 말아주오/떨어지지 말아줘 바스라지는 고엽'. 젊은이들에게도 10월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이효석은 낙엽을 '꿈의 껍질'이라고 했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오로지 생활의 상념에 잠기는 것이다'. 우리의 꿈. 그 껍질은 무슨 색이었던가.

지난 주말 가을비가 내렸다. 임어당(林語堂)은 '생활의 발견'에서 '봄비는 책 읽기 좋고, 여름비는 바둑 두기에 좋고, 가을비는 오래된 가방이나 서랍을 뒤지기 좋고, 겨울비는 술 마시기에 좋다'고 했다. 가을이 오면 한 해를 보낼 준비를 하란 뜻이다. 오늘 밤은 '10월의 마지막 밤'. 1982년 7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발표되면서 오늘 밤은 언제나 '특별한 밤'이 되었다. 10월. 모두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이룰 수 없는 꿈'만 남긴 채, 10월이 그렇게 떠나가고 있다. 겨울이 오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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