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기 작품 추정 '민화·기록화'
석천 선생 손자가 유품서 찾아 공개
명금당지에 식물성 안료·금박 활용
전문가 "국내서 본적 없어 의미 커"
조선 중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옥황상제와 열 명의 제자가 함께 화폭에 담긴 민화이자 기록화가 인천에서 발견됐다.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윤길상씨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조선시대 그림을 발견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그림은 가로 65㎝, 세로 140㎝ 정도의 크기로,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나다. 특히 옥황상제와 열 제자가 함께 화폭에 담긴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 사진
윤씨는 "할아버지인 석천(石泉) 윤문의 선생은 구한말 시기의 이름난 한학자셨다"며 "인천부 신현동에 거주하며 일제에 항거하기 위해 지역 문맹 퇴치운동에 참여했으며, 서당을 개설해 후학을 양성하셨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의 신현동은 오류동과 함께 인천의 파평 윤씨 집성촌이었다. 석천 선생 또한 대대로 거주해온 신현동에서 경기와 호남 문인들과 교류했다. 해방 후엔 현재의 신현동 노인회관 부지를 기증하는 등 사회사업에도 공헌했다고 한다.
그림을 본 고미술사가는 "그림의 하얀색 부분은 조개껍질을 빻아서 만든 호분으로 채색되는 등 그림 전체에 식물성 안료가 사용됐으며, 순금으로 금박을 입힌 부분도 있다"면서 "그림이 그려진 종이는 조선 중기에 중국에서 수입된 명금당지이다. 당대 최고 재질이었던 이 종이는 너무 비싸서 조선에서 구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에 지체 높은 가문에서나 보유할 수 있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서 "보존 상태가 상당히 좋고, 하선고·남채화·장과로·종리권·여동빈·한상자·철괴리·조국구·동방삭·여숙번 등 10인의 제자가 옥황상제와 함께 화폭에 담긴 그림은 처음 본다"면서 "국내 박물관에선 볼 수 없었던 그림으로, 사료적 가치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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