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숨은 이야기 대학별곡

[캠퍼스 숨은 이야기 대학별곡·11] 아주대학교

의료인문융합 콘텐츠… 고령화사회 행복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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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디지털 품앗이’ 국비 140억원 지원받아
치매 예방·치료 스마트실버타운 영통에 시범추진
의학·공학·정보통신학 연구원 협동 프로그램 개발
대학생 재능기부 통해 스마트기기·운동법 교육도


2022. 11.10.
스마트 실버타운으로 달라진 치매 노인의 삶
오늘의 식단과 적절한 운동량
웨어러블 통해 신체상태 분석
게임·방송 예방 프로그램 참가
온라인 지인과 실시간 정보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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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0일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김치매(70)씨의 하루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아주대학교의 치매예방·치료 응용프로그램’ 활성화로 시작된다.



자주 기억력이 감퇴 되는 현상을 경험했던 김씨는 얼마 전 의료기관으로부터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았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정도의 기억력 감퇴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쯤으로 여겼던 김씨에게 내려진 날벼락이었다.

김씨는 가족들에게조차 자신이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사실을 숨겼다.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라기 보다는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소외’ 또는 ‘격리’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 자신의 상황을 주변에 설명했고, 치매 진행은 멈출 수 없지만 적절한 훈련이나 재활과정을 통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주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실버 타운’을 찾아 갔다. 과거 수원시 노인정신건강센터가 기반이 된 스마트 실버 타운은 고령화 사회 속 급증하는 정신건강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개발된 의료·인문융합 체제다.

스마트 실버 타운 방문 이후 김씨의 삶은 달라졌다. 김씨가 치매예방·치료 응용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자 웨어러블 스마트 의료기기에서 밤사이 수집한 심박수, 혈압, 스트레스 지수 등 현재의 신체상태가 화면에 일목요연하게 그려진다.

응용프로그램은 뇌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 줄 오늘의 식단과 오늘의 적절한 운동량 등을 알려준다. 스마트폰 속 트레이너가 알려준 대로 30분간 따라하다 보니 머리 속이 한 결 맑아진 느낌이다.

이후 응용프로그램의 한 콘텐츠인 치매예방 쇼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기능성 게임을 한 시간 정도 즐긴다. 기능성 게임 성적이 또래에 비해 우수해 치매예방 E-스포츠대회에도 출전할 계획도 세운다.

치매예방 개인방송을 시청하는 동안 자신과 같은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들끼리 실시간으로 정보도 공유한다. 이미 치매 판정을 받은 온라인 지인들에게 조언도 듣는다. 자신의 상태를 완치할 수는 없겠지만 억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김씨는 하루의 마감은 ‘치매 커밍아웃’ 코너에 글을 남기는 것으로 했다. “생활 습관을 바꾸면 치매 유병률을 50%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저도 조기에 발견한 경우지만 치매 전 단계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차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인 요즘 치매는 감기와 같습니다. 우리 모두 힘을 냅시다.”

가까운 미래 속 가상의 이야기지만 곧 현실이 된다.

아주대학교 전경
캠퍼스 전경. /아주대 제공

#아주대의 의미 있는 도전

지난 8월 미래창조과학부의 2015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융합분야(CRC) 신규과제에 아주대의 ‘고령화 사회의 정신건강을 위한 디지털 품앗이’가 선정됐다. 의료인문융합콘텐츠센터(단장 박정식·인문대학 교수)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이 연구는 쉽게 설명하면 치매환자와 의료진, 환자가족, 대중, 지방자치단체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치매를 예방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위의 가상사례 처럼 웨어러블 스마트헬스케어 기기를 통해 전달된 환자의 상태에 맞춰 다양한 훈련·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치매예방 응용프로그램처럼 단편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아닌 인문학이 결합돼 시쳇말처럼 ‘죽이는’ 콘텐츠가 서비스된다.

쓴 맛이나 독한 냄새를 지녔지만 효능은 뛰어난 약을 복용시키기 위해 표면에 당분을 입힌 당의정(糖衣錠)처럼, 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거나 감성을 이끌면서 자연스레 예방 치료효과까지 얻는 것이다.

이를 위한 초기 단계의 핵심사업이 바로 ‘스마트 실버 타운’이다.

아주대는 이미 인문학과 의학, 공학, 정보통신학과의 참여 연구원이 협동해 고령화에 따른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료인문 콘텐츠와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고, 의료인문 공동체 구축을 위한 연구 및 플랫폼 개발 역시 속도를 내고 있는데 스마트 실버 타운의 출발은 현재 멀지 않은 상태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신규과제 선정으로 2022년까지 140억 원 규모의 정부 출연금을 지원받는데 출연금에 기초·광역지자체의 지원, 일반 기업체 지원 등을 더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주대는 이미 수원시 노인정신건강센터를 통해 지역기반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여기에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정보통신기술), IoT(internet of things·사물 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실버 타운을 통해 다양한 노인 정신건강 문제를 대비하면서 노인들의 삶의 질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수원시 영통지역을 시범모델로 계획 중이다.

스마트 실버 타운은 1단계로 노인성 치매 또는 우울증, 수면장애, 자살 등 기초적인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정보 제공부터 노인 정신질환 예방을 위한 스트레스 케어 서비스를 구축하고 보급한다. 대학생의 재능기부를 이끌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기기 사용법이나 스마트 운동법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이밖에 노인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초·중·고등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도 개최할 계획이다.

박정식 단장은 “고령화 사회의 정신건강을 위한 디지털 품앗이는 초고령 사회 속에서 지불해야 할 국가적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현재 유사사례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모델을 완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왜 치매인가

국내 추정 치매 환자는 64만5천명으로 전체 노인인구 650만명의 10% 수준이다. 문제는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의 증가다. 지난 2013년 기준 613만명인 노인인구는 오는 2024년이 되면 984만명으로 60%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치매 환자는 57만명에서 101만여 명으로 77%나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초고령 사회인 오는 2050년에는 노인인구의 15%가 치매 환자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들어 경도인지장애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환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0∼2014년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로 병원을 찾은 건강보험 진료 인원의 경우 지난 2010년 2만4천명에서 2014년 10만5천명으로 크게 늘었다. 해마다 평균 43.9%씩 늘어 4년 만에 4.2배가 된 것이다.

아주대 관계자는 “2050년이면 치매 치료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만 43조2천억원이 될 것”이라며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조기에 치료만 이뤄져도 치매 유병률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욱기자 kmw@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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