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다시 수인선에 몸을 싣고

'최초'라는 수식어 붙은 협궤열차와 자기부상열차
닮은점은 '객차수 2량'… 다른점은 '바퀴'와 '자기력'
반가운 재개통 '협궤열차 추억'에 오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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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풍경 1= 열차가 언덕을 올라가다 멈춘다. 아침 시간, 레일에 이슬이 맺혀서다. 기관사가 검은 교복의 학생들에게 소리친다. "학생들, 내려서 레일에 모래 좀 뿌려!"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어른들은 뒤에서 열차를 민다. 기관사는 물론 통학생, 보따리 상인, 좌판 아주머니, 회사원 등 삶의 방식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어느덧 '운명 공동체'가 된다. 힘에 부쳐 멈춰 버린 열차도 마찬가지다. 이윽고 열차가 움직인다. 이 순간만큼은 열차를 움직인 에너지는 석탄도, 경유도 아닌 승객들의 땀이다.

■풍경 2= 열차가 레일 위를 미끄러진다. 소음이나 진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열차가 궤도 위를 8mm가량 뜬 상태로 주행하기 때문이다. 열차는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역사(驛舍)를 빠져나와 호텔 등 첨단빌딩이 위용을 자랑하는 신도시를 가로지른다. 순간 열차 내부의 창문이 뿌옇게 흐려진다.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자동으로 창문이 흐려지는 첨단 기능이 구현된 것이다. 열차 내부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지만 기관사는 보이지 않는다. 원격제어를 통해 무인운행을 가능케 하는 첨단 기술 덕이다.



풍경1은 수인선 협궤열차의 마지막 기관사인 박광수씨의 '추억'이고 풍경 2는 얼마 전 개통한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에 처음 탑승했을 때의 기자의 '기억'이다. 협궤열차의 추억과 자기부상열차의 기억이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한 달 남짓한 시차를 두고 자기부상열차의 개통과 수인선 인천구간 개통이라는 '궤도의 역사'가 인천에서 이어지기 때문이리라.

자기부상열차와 협궤열차는 닮은 점이 꽤 있는 것 같다. 우선 두 열차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수인선에 처음 투입된 협궤열차는 수원기관차 사무소에서 조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협궤용 증기기관차이다. 인천 소래역사관 앞에 전시되어 있는 바로 그 증기기관차이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또한 국내 최초의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다. 자기부상열차의 객차수가 2량인 것도 협궤열차의 운행 끝 무렵, 객차 수가 2량(주말 3량)에 불과했던 점과 닮은꼴이라면 닮은꼴이다.

다른 점을 들자면 무엇보다 '바퀴'를 꼽을 수 있겠다. 자기력을 이용하는 자기부상열차에는 바퀴가 없다. 당연히 철로에서 발산되는 열차 고유의 '소리'도 없다. '철거덕 철거덕', 바퀴가 레일 연결점을 지날 때의 리드미컬한 소리, 저 멀리 철둑길에 울려 퍼지던 기적소리는 열차의 진화 양상으로 볼 때, 조만간 가슴으로만 들어야 할 듯 싶다.

열차가 멈춰버렸을 때의 풍경 또한 확연히 다르다. 자기부상열차 또한 운행이 중단된 적이 있다. 전력공급 케이블에서 불이 났기 때문인데 승객들은 비상 대피로를 이용해 빠져나왔다. 멈춰버린 열차를 승객과 기관사가 합심해 다시 움직이게 하는 웃지 못할 풍경은 자기부상열차의 궤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에게 모래를 뿌릴 것을 주문하는 기관사의 걸걸한 목소리도 자기부상열차에선 들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협궤열차와 관련해 한 언론계 선배가 썼던 표현이 다시금 떠오른다. "사라져가는 것들은 일쑤 우리를 그리움에 젖게 한다."

지난 2012년 수인선 오이도~송도 구간이 개통될 당시, 기자는 이 지면을 빌어 '수인선에 몸을 싣고'란 제목 아래, 딱 한 번 타 본 협궤열차의 추억을 되새겨 본 적이 있다. 갈수록 아련해지는 기억을 복원하고 싶어서일까? 수인선 인천구간 개통 소식을 접하니 다시 협궤열차에 몸을 싣고 싶어진다.

/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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