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미술 생산·제작 노동… 두 업(業) 사이를 비춘 포털 [경기도&미술관·(6)]

입력 2024-05-08 19:05 수정 2024-05-08 21:28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09 15면

권용주의 '만능벽'


창작과 일상 연결한 영상 작품… 전시장 공사하는 작가 통해서 예술·예술가 위치 질문

권용주의 '만능벽'
권용주 作 '만능벽'. 6분 20초간 상영되는 싱글 채널 비디오의 일부 장면. /경기도미술관 제공

"미술 생산자이자 동시에 전시의 보조 인력이 되면서 가끔씩 묘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영상 작품 '만능벽'에서 전시장 조성 공사에 참여한 한 예술가의 대사이다. 이 작품은 전시와 전시의 뒷면 사이에서 예술 생태계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행보를 비춘다.

작가 권용주는 예술과 일상, 사회의 경계 안팎을 연결하는 작품을 '포털(portal)'의 개념을 빌어 선보인다. 최근 작업에서 '안료 조각'은 화합물이자 예술 재료인 안료를 유기체 형태의 조각으로, '캐스팅 연작'은 산업 부산물을 석고로 본뜬 조각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작가는 도시에 부유하는 폐품들이나 일상과 노동, 생존에 관한 것들을 작업의 소재로 포함시켰다. 예술과 일상의 요소들을 병치하거나 접합시킴으로써 통념상의 미적 경계를 넘어 사회와 경제 구조의 실마리를 작품 안에 녹여냈다.



'만능벽'은 한 예술가가 부업으로 전시 공간 디자인과 제작 노동을 하는 장면을 다룬 영상이다. 작가는 예술과 노동에 관한 문제 역시 위의 작품들에서처럼 순환하는 구조로 다루었다.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부업 노동의 현장이자 전시장 연출 공사의 현장에서 예술가로서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본래 예술가, 즉 미술작품의 창작자이지만 생계와 예술 활동의 지속을 위해서 부업으로 전시장 조성 일을 하는 작가의 이야기이다. 그는 상충하는 두 정체성의 간극에서, 그리고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점에서 공통되기도 한 두 업(業)의 사이에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전한다.

영상에서 작가는 근근이 이어가기에도 벅찬 예술 작업이 전시 기술자로서 작가의 부업보다도 더 부업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고 하며 동료 작가와의 농담을 떠올린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도대체 미술이란 무엇인가?" 그는 예술과 생활이 혼재된 지점에서 예술가와 예술의 위치를 질문한다.

한 예술가가 작업을 이어가는 방편으로 미술계 내에서 특정한 경제적, 기능적 활동을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또다시 작가의 작업으로 생산되는 지점은 노동과 창작 활동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만능벽'은 이 시대의 노동 시장과 예술 생태계에서 예술가가 생존하기 위해 택하는 이중 직업의 체계에 대해 숙고해보는 기회가 된다. 이를 창작의 매개로 삼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예술가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방초아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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