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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소금] 나라의 주인은 투표하는 유권자

박윤환사진
박윤환 경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정책학의 창시자인 해롤드 라스웰은 공공 정책은 곧 정치이며 정치는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는가에 대한 결정이라고 봤다. 선거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서 이러한 정치적 결정을 완성하고 그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유일한 제도적 장치다. 정책, 정치, 그리고 선거는 하나의 몸통이며 행정과 정책의 주체 혹은 객체가 되는 우리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오늘은 4월 13일 제20대 총선이 실시되는 날이다. 지난 1985년 제12대 총선에서 기록했던 84.6%의 높은 투표율을 기점으로 과거 총선 투표율은 두 번의 총선에서 반짝 소폭으로 반등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가장 최근 선거인 지난 19대 총선의 54.2%와 지난 12대 총선 투표율을 비교한다면 무려 30%나 떨어지는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총선 투표율인 7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투표율 하락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주고 있는가? 정치적 허무주의가 만연한 오늘의 실태는 정치권력에 대한 평가를 포기하고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저조한 투표율은 당선자의 권력에 부여되는 정통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한다. 즉 유권자의 이익을 대표해줄 수 있는 대리인의 권위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고 정치권력의 리더십이 도전받기 쉬운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투표율 저조는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을 어렵게 하며 공정한 경쟁의 정치적 프레임을 균열시키고 국론의 분열과 계층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다분하다. 일부에선 다분히 감상적이며 이상적인 시각에 기초해 투표를 기권할 권리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가 당면한 결코 해결이 녹록지 않은 사회경제적 문제들의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고민한다면 선거 참여는 나라의 주인으로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책무이자 권리임을 인식하게 된다. 낮은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거 당국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참정권 행사의 여러 장벽을 허물기 위한 재외국민 투표나 사전투표 제도 실시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수월하게 만들었다. 일부 유권자들이 경험해야 했던 한계와 장애들을 제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모든 사회 계층의 민의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선거 민주주의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제도적 노력만으로 선거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실질적인 투표율을 제고하는데엔 한계가 있다. 우리가 행사하는 한 표가 모여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과 가치가 국민에게 강력하게 전달될 수 있는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선거 문화는 후속 세대에 그대로 이식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와 선거에 무관심하고 소중한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는 기성세대들을 바라보며 젊은 유권자들과 그 자녀들은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 대한 실망과 냉소를 경험할 것이다. 결국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통해 선거를 국민적 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이야말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들에게 민주주의 시스템의 생생한 학습의 장을 마련해 주는 기초가 될 것이다. 직접민주주의를 신봉했던 루소는 "선거는 투표할 때만 주인이 되고, 선거만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가는 제도"라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바로 이 시점, 유권자가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인 귀중한 한 표의 행사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박윤환 경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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