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상

[자치단상] 국책사업 밀어붙이기 더는 없어야

LNG저장탱크 증설, 가스公·시·정부 전방위 압박
필사즉생 각오로 임해 안전성 '특등급'으로 상향
특별지원금 등 성과 얻었지만 '주민 안전' 최우선

이재호_연수구청장_동정사진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
연수구는 지난 2일 한국가스공사의 LNG 저장탱크 증설과 관련된 건축허가 신청에 대해 승인하기로 했다.

지금껏 필자가 이처럼 '선택'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감을 실감한 적이 없었다. 과연 구청장으로서 구민들의 뜻을 얼마만큼이나 헤아린 것일까?

무엇보다 이번 '선택'을 반대하는 구민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구민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인 '안전'에 대한 위협을 과거 인천 시의원 때부터 체험한 필자로서는 그 누구보다 절실히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반대를 해오던 구청장이 힘들게 선택한 결정이라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고, 이제는 믿어봐 달라"고 구민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동안 안전 문제에 대한 연수구의 계속된 보완 요구에 따라 가스공사는 주요 설비에 대한 안전성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증설되는 저장탱크는 내진 설계 부분에서 애초 1등급 설계 기준을 특등급 이상으로 조정했는데, 이는 5천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강력한 지진에도 대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또 관련 건축 구조물이나 기계설비 등도 특등급으로 상향 조정해 안전성을 높였으며, 초속 30m의 바람을 견디도록 설계됐던 부분도 초속 45m 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상향됐다. 이는 또한 대한토목학회를 통해 안전성 검증을 받았다.

이쯤 되면 안전에 관한 하드웨어는 거의 완벽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지난 2005년에 있었던 가스누출사고나 혹은 그 이상의 상황이 더는 일어나지 않으리라 안심해도 될까? 큰 사고 1건이 나기까지 29건의 작은 사고와 300건의 징후가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은 재난상황에 대한 예측과 예방이 어느 정도는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문제는 LNG 저장기지의 경우 그러한 전조증상을 일반주민들이 알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2005년의 사고가 1건의 큰 사고인지 29건의 작은 사고 중 하나인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것이 전문가들의 영역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스공사가 국가 기반시설이라는 이유로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하게 통제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열린 안전성 상향설계 검증 용역보고회에서 필자는 이 부분을 지적했다. 2005년의 사고와 유사한 이상 징후가 발생할 경우 구가 그 부분을 알 수 있도록 시스템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었고, 가스공사 측의 확답을 얻었다. 가스공사가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구민들의 안전을 위해 이러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그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결정을 하면서 필자는 일선 구청장으로서의 한계를 또 한 번 절실히 느꼈다. 가스공사의 LNG 저장탱크 증설 문제가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2014년 8월부터 필자를 비롯한 연수구 관계 공무원들은 가스공사, 인천시, 중앙정부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에 시달렸다. 인천시는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해 연수구를 압박했고, 최근 행정자치부에서 특별조사관을 파견해 이 사안에 대해 관계 공무원들을 조사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 사안에 대해 '필사즉생'의 각오로 임했다.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중앙정부, 인천시 등이 가해오는 압박은 배수의 진을 치지 않고는 버텨낼 수 없었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중앙 정부와 인천시가 밀어붙인다면, 연수구는 구민들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기초자치단체는 주민들과 가장 밀접하고, 주민들의 뜻을 대변할 수 있는 행정기관이다. 중앙정부가 국책사업을 시행할 때, 기초자치단체가 주민들의 뜻을 대변한다면 밀어붙이기식 압박의 대상이 아닌 설득과 타협의 대상이 돼야 한다.

이번 건축허가로 연수구는 가스공사로부터 매년 20여억원의 기본지원금과 112억원의 특별지원금을 받았다. 또한, 지역 주민 우선 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부수적인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필자는 그 무엇보다도 연수구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일념으로 LNG 저장탱크 증설에 대한 구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으로 구청장으로서 소임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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