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진 칼럼

[홍창진 칼럼]보람 있는 직업 찾기

'내 천직은 뭘까?' 자신에게 묻자
답하기 어렵다면 일단 저지르자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되레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재능에 따른 직업 택해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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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사람이 평생 동안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영국의 일간지 '더 선, THE SUN'에 따르면 인간의 평균수명을 80년으로 봤을 때 그중 일하는 시간은 26년(시간으로 치면 22만7천760시간)으로 일생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잠자는 시간은 25년으로 두 번째였다. 모르긴 몰라도 한국은 이보다 더하지 않을까? 세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일하면서 보낸다.

그렇다면 어떤 직업을 택하느냐가 인생의 행·불행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 어떤 직업을 택해야 할까?



불교에서는 현재의 직업은 전생에 자기가 했던 일이라고 한다. 목수의 재능을 잘 발휘하는 사람은 전생이 목수였다는 것이다. 전생의 목수가 현생에 목사를 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즉, 불교의 가르침은 누구에게나 천직이 있으니 그것은 전생에 했던 일이고,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현생의 직업을 고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전생에서 이미 했던 일이니 현생에서는 더 잘한다는 의미이겠다.

아는 스님께 "전 전생에 무엇을 하고 살았을까요?" 하고 물었더니 "지금 사제 일을 이만큼 잘하시는 걸로 봐서 신부님은 전생에 틀림없이 스님이었을 겁니다"라고 했다. 스님 말씀대로라면 나는 다행히 천직을 찾은 듯하다.

천직이 전생에 하던 일이라는 것,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고, 타고난다는 것은 태어나기 전에 이미 갖추었음을 의미하니, 곧 전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전생의 직업을 찾는 일은 참 흥미롭다. 과연 내 전생의 직업은 무엇이었을지, 타고난 재능이 무엇인지(남보다 더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문제는 남보다 월등한 능력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적성검사 따위는 그저 내 성향을 알아보는 정도의 기능일 뿐, 정확히 내 재능을 찾아주지는 못한다.

자기 재능을 찾기 어려운 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일치하는 건데, 사실 그걸 확인하기도 쉽지는 않다. 어떤 사람들은 "타고난 재능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우선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이왕이면 타고난 재능, 그러니까 남보다 더 잘하는 일을 찾아 그에 맞는 직업을 택하는 게 좋다고 본다. 절대 음정을 타고났는데 돈벌이가 안 된다고 음악을 하지 않고 고액연봉의 회사원이 된다면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는 지인 중에 베스트 급에 속하는 기타리스트가 있다. 이 사람은 중학교 때 아버지에게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당대 최고라 일컬어지는 기타리스트를 데려와 아들을 테스트했는데, 그 사람 입에서 "이 아이는 천재입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그에게 중학교까지만 다니고 기타공부를 하라고 말했다. 그 기타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학교를 그만두려니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돌이켜보니 다른 형제들처럼 학교 공부를 계속했더라면 제 인생은 너무 불행했을 겁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느 세월에 재능을 찾고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미 오래전에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인내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안다. 그렇더라도 천직을 찾는 노력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노력하다 보면 제2의 인생을 선택할 기회는 분명히 찾아온다.

"저는 제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젊은 친구들이 종종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때 나는 되묻는다. "잘하는 게 없으면 큰일 나나?"

잘하는 게 없는 것이 어쩌면 더 편할지 모른다. 딱히 잘하는 게 없으면 주어진 일에 편견 없이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일단 그나마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되는 일부터 시작해보라고 말해준다. 일단 시작하고, 내가 이 일에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지 남과 견주어 보라는 거다. 실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다른 것을 찾아 또 시도해보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계속 시도하다 보면 이거다 싶은 일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재능을 찾는 과정에서 어떤 일을 시도했다가 멈추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변경'이다. 그런 변경은 얼마든지 해도 된다. 천직이라고 느껴지는 직업을 찾을 때까지 자신 있게 변경해보자.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 천직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하는 일은 과연 내 천직이 맞을까?

질문에 답을 찾기 어렵다면 한번 저질러 보라. 가진 걸 다 걸고 저지르는 건 부담스러우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자.

천직을 찾는 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인생을 즐겁게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결혼을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행복한 것처럼, 직업 역시 재능에 따른 천직을 택해야 행복할 수 있다.

/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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