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원짜리 '혈세 낭비' 상징물

방문객 가장 먼저 반기는 흉물
고장난 채로 10년 가까이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는 16억원짜리 '인천경제자유구역 상징 LED 조형물. 이 조형물은 인천세계도시축전을 맞아 2008년 송도국제도시 진입로(송도 1교)에 설치된 이후 가동을 시작하자마자 잦은 고장에 시달렸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송도국제교 거대 LED전광판
가동하자마자 잦은고장 몸살
경제청 "조형물로 보고 관리"
10년 가까이 전원 끄고 방치
전문가 기능 상실·철거 주장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앞두고 2008년 인천 송도국제도시 진입로에 설치한 16억원짜리 '인천경제자유구역 상징 LED 조형물'이 고장 난 채로 10년 가까이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다.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인천시 행정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수구 동춘동에서 송도국제도시로 들어가는 방향의 송도국제교(송도1교) 입구에는 16~17m 높이의 철제탑 3개가 왕복 6차선 도로 한가운데에 서 있다. 검은색 역 사다리꼴 형태인데, 철제탑 겉면 대부분이 LED 모듈로 돼 있는 전광판이다.



21일 오후 이 LED 전광판이 서 있는 송도국제교에 차량을 타고 가 보니, 바짝 다가가기 전까진 전광판인지 조형물인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웠다. LED 전광판이 고장 나 평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송도국제교 LED 전광판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15억9천만원을 들여 인천도시축전을 앞둔 2008년 11월 설치했다. 3개의 탑은 각각 '송도', '청라', '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상징하는 LED 조형물이라는 게 인천경제청 설명이다.

애초 LED 전광판을 통해 송도를 의미하는 형상과 문구를 나타내는 게 조성 목적이었지만, 2008년 가동을 시작하자마자 잦은 고장에 시달렸다. 보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고장이 끊이질 않자 LED 전광판을 아예 꺼버렸다. LED 전광판 작동은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라는 연수구의 지적도 있었다.

결국 인천시 감사관실에서 송도국제교 LED 전광판 설치사업 관련 감사를 벌였지만, 당시 업무 담당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는 데에 그치고 말았다.

LED 전광판 근처에서 만난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전광판 같긴 한데 켜진 걸 본 적이 없다"거나 "흉물 같은 전광판을 쳐다볼 때마다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운전할 때 시야를 방해해 차라리 철거하는 편이 낫겠다"는 여론도 높다.

인천경제청은 송도국제교 LED 전광판을 전광판이 아닌 '조형물'로 보고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송도국제교 LED 전광판은 조형물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진삼 건축평론가는 "조형물로서 애초 계획했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존재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본다"며 "흉물로 방치된 LED 전광판을 재생하거나 철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송도국제교 LED 전광판은 인천시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해 조형물로 관리하고 있다"며 "철거까지도 검토했지만, 또다시 예산을 들여야 하는 문제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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