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일식(日蝕)

권성훈

발행일 2017-11-2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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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호(1970~)

해의 입술을 훔치고 있는 달의 뒤편에서

조금씩 숨죽이며 눈감는 지구

 

장만호(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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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이 다를 때가 있다. 보이는 것은 실재 대상을 보는 것이라고 한다면 보여지는 것은 실재 대상과 다르지만 무관하지 않게 나타낸다. 말하자면 화자의 관점에 따라서 말할 수 없는 것을, 또 다른 사물 언어를 통하여 효과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그 뒤에 숨어 있는 것들에 비하면 너무나 단편적인 것을 알게 해 준다. 요컨대 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들어가 생기는 그림자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그렇다고 대기권 밖에서 펼쳐지는 우주의 법칙을 한마디로 개념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작은 것이 큰 것을 막고 큰 것이 작은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낸 것이 바로 '해의 입술'이다. 달과 해가 벌이는 신비하고 황홀한 조우를 '입맞춤'으로 치환하면서 우리는 '달의 뒤편'을 상상하게 된다. 컴컴한 가운데에서도 '숨죽이며 눈감는' 그 무엇인가를 기억의 저편에서 소환함으로써 일식 너머의 일식 속으로 여행을 하게 만든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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