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여행기는 여타 다른 기행문과는 사뭇 다르다. 실제로 그 땅을 밟아보지 않았지만, 책을 통해 머리 속에서 이미 가보았던 여행지를 칼럼니스트 정숭호가 상상의 촉수를 뻗어 쓴 여행기다. 그래서 여행지의 지리와 관광적 요소가 아니라,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방대한 양의 문학작품을 돌아볼 수 있는 독서감상문적 성격이 강하다.
책은 15장으로 구성됐고, 그가 문학을 바탕으로 상상 속에서 다녀 온 장소는 20여 곳이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을 읽다가 '괴테가 왜 달밤에 두 명의 사공이 노를 젓는 곤돌라를 타고 베니스 운하 건너 주데카로 갔는가'를 탐색하기도 하고, 프랑스의 국민작가인 빅토르 위고는 왜 필생의 작품인 '레미제라블'과 '웃는 남자'를 프랑스가 아닌 영국 왕실령 건지 섬에서 쓰게 됐을까 등을 살펴본다.
또 자신의 이야기도 담았는데, '전쟁과 평화'에서 톨스토이가 서술한 총을 맞고 쓰러진 안드레이 공작의 눈에 비친 아우스터리츠의 하늘과, 1980년 5월 서울의 봄 시위를 취재하다 경찰의 곤봉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그 때, 자신의 눈에 들어온 서울 하늘을 떠올렸다.
이렇게 저자는 분명히 위대한 작가들이 상식을 벗어난 여행을 떠난 그 곳에 우리가 알아야 하는 무엇이 있다고 여겼고 독자와 함께 그 곳을 탐구하는 형식을 취했다. 비록 그 여행지의 맛집이나 핫플레이스를 알려주진 않지만 문학작품과 역사를 통해 새롭게 접근해야 할 여행을 알려주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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