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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라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는 말이 있는데 여러분도 이렇게 만나게 되니 반가우시죠?" 지난해 11월 G20 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동포 200여 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록 '흉조'라 해도 고향에서 날아온 것이라면 반가운 마음부터 든다는 뜻으로 고향에 대해 한없는 그리움을 문 대통령은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까마귀는 독특한 울음소리 때문에 죽음의 전조(前兆)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길조(吉鳥)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흉조(凶鳥)다. 전쟁터에서 미처 수습하지 못한 시신을 가리켜 '까마귀 밥이 됐다'고 한다.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어 자연을 청소하는 '송장새'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까마귀는 다른 새에 비해 대뇌가 발달해 학습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생각보다 영리하고 효심도 뛰어나다. '반포보은(反哺報恩)'이라는 말처럼 새끼 까마귀는 자란 뒤에 자신을 키워준 어미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 그래서 '반포조(反哺鳥)' '효조(孝鳥)'라고도 한다.

울산 태화강 일대에는 10월부터 3월까지 아침저녁으로 수만 마리의 까마귀가 하늘을 날며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그 장관을 보러 많은 관광객이 몰려 온다고 한다. 울산시는 이 까마귀를 '겨울 진객(珍客)'으로 여기고 있다.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지역경제까지 좋아지니, 진정한 일석이조(一石二鳥)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래전 이 소식을 접했을 때 태화강 노을을 배경으로 까마귀 떼가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말이 씨가 된다'고 3년 전부터 수원 인계동 권선동 곡선동 일대에 무리를 지어 까마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신기했다. 하지만 어스름한 저녁 전깃줄에 무리 지어 있는 까마귀를 보노라면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길을 걷다가도 머리나 어깨에 무언가 '툭' 떨어지기라도 하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가 떠오르기도 한다. 노상에 주차했다가 아침이면 까마귀 배설물을 닦느라 동네 사람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떼까마귀로 인해 수원시민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그런데도 왜 이맘때 수원지역에 떼 까마귀가 나타나는지 원인은 여전히 불명이다. '까마귀라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는 말이 이 정도면 반갑기는커녕 민폐에 가깝다. 요즘 울산 태화강 까마귀를 부러워했던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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