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범주를 아홉 가지로 정리해놓은 서경의 홍범구주에 보면 일왈식(一曰食)이라 하였다. 정치의 가장 우선순위는 백성이 먹고사는 문제라는 것이다. 백성은 밥을 먹고 산다. 주역에 솥을 상징하는 화풍정(火風鼎)괘가 있다. 정(鼎)은 솥으로 솥은 밥을 하는 도구이다. 밥을 할 때 솥단지를 걸고 그 안에 물과 쌀을 넣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바람도 들여 익힌다. 끝까지 잘 익히면 타지도 설지도 않은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서두르면 때로 설익거나 타버린 밥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솥을 상징하는 정괘는 정치하는 원리를 말해준다. 한 쪽으로 치우치면 타거나 설어서 먹을 만한 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좌우의 한쪽으로 치우쳐 백성의 민생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정괘에서 밥을 하는 과정에 아구유질(我仇有疾)이라는 표현이 있다. 밥을 하는 과정을 보면 맨 처음 솥의 묵은 찌꺼기를 버리고 새로운 음식재료를 넣는다. 이를 정치로 말하면 지난 정권의 잔재를 털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를 상징한다. 그다음 중요한 게 있는데 쌀과 물을 솥에 부었는데 그것이 아래로 흘러버리거나 새어나가면 모든 게 허사이다. 밥이 되려면 아래가 아닌 위를 지향하여 수북하게 올라가야 한다. 이를 정치로 말하면 아래의 친한 짝에 얽매여 국민의 민생을 위한 정치를 망각하면 그 정치는 허사란 의미이다. 부자는 유친(有親)이지만 군신은 유의(有義)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내각은 국민의 민생을 위해 의(義)를 따져야지 친소(親疏)를 위주로 하여 아래에 친한 짝들에게 자꾸 가면 마치 밥솥의 쌀과 물이 아래로 새는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특히 권력을 잡은 정치인들이 조심해야 할 상황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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