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총파업에 '교통대란'…中 '오성홍기' 또다시 바다 버려져

8개 지하철 노선 중단·운행 차질…수백개 항공편 취소 '항공대란'

주최 측 "50만 명 이상 총파업 참여"…캐리 람, 시위대 강력 비난

홍콩 시내 8곳서 동시다발 시위…'성조기' 들고 시위하기도

'백색테러' 연상 사건도…두달 간 체포된 시위참가자 500명 넘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총파업과 시위가 5일 벌어져 이날 오전 지하철 운행이 끊기고 수백 편의 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오후 들어서는 시내 곳곳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져 이날 홍콩은 '도시 마비'라고 할 만한 상황에 부닥쳤다. 중국 오성홍기는 또다시 바다에 버려져 시위대의 강한 반중국 정서를 짐작하게 했다.

외신은 이번 홍콩 총파업이 1925∼1926년 국공합작(國共合作)으로 이뤄진 총파업 이후 홍콩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 총파업이며, 1967년 5월 반영(反英)폭동 이후 50여년 만의 최대 혼란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지난달 29일 홍콩 반환 이후 처음으로 연 홍콩 내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홍콩 시위대를 강력하게 비판했던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6일 또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금융인, 공무원, 교사, 버스 기사, 항공 승무원, 사회복지사, 언론인, 자영업자, 예술가 등 20개 부문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총파업이 단행됐다.

홍콩 재야단체 등은 이날 총파업에 50만 명 이상 시민들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날 젊은 층을 주축으로 한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총파업과 더불어 '비협조 운동'으로 불리는 게릴라식 시위를 홍콩 곳곳에서 전개했다.

이들은 시민들이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 침사추이, 몽콕 등 도심지역으로 출퇴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이아몬드힐, 라이킹, 포트리스힐, 위안랑 역 등 4개 지하철역에서 지하철 운행 방해에 나섰다.

이들이 지하철 승차장과 차량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는 바람에 차량의 문이 닫히지 않았고, 이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불가능해졌다.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된 이러한 운행 방해로 인해 홍콩 내 8개 노선 중 쿤퉁 노선과 홍콩섬과 홍콩국제국항을 잇는 공항 고속철 노선이 전면 중단됐다. 공항 고속철 노선은 오전 11시 가까이 돼서야 재개됐다.

이로 인해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 홍콩국제공항으로 향하던 관광객 등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일도 속출했다.

다른 6개 노선도 일부 구간에서 운행이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어 이날 출근길에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지하철 운행 방해는 물론 일부 도로 점거에 나서고 한때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 터널 입구를 막아 버스 운행도 크게 지연됐다.

홍콩 버스노조에 따르면 버스 운전사 상당수도 이날 병가를 내고 총파업에 동참했다.

홍콩 버스회사인 뉴월드 사는 운전기사 1천600명 중 200여 명이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홍콩 시내 교통은 물론 아시아의 항공교통 허브 중 하나인 홍콩국제공항도 운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홍콩 공항 당국은 이날 총파업으로 인해 홍콩국제공항 활주로 2곳 중 한 곳만 운영한다고 알렸다.

민항처 소속 항공 관제사 20여 명이 총파업 참여를 위해 집단으로 병가를 내면서 운영 인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항공 관제사는 전체 관제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력이다.

평소 매시간 68편의 항공기가 홍콩국제공항에서 이륙했으나, 이날은 매시간 34편의 항공기만 이륙했다.

더불어 캐세이퍼시픽 등 항공사의 조종사와 승무원 등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수백 편의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이날 1천 편 이상의 항공기가 홍콩국제공항에서 이착륙할 예정이었고, 이 가운데 511편은 출발편이었다.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의 경우 출발편 70편, 도착편 60편 이상이 취소됐다.

이날 오전에만 홍콩국제공항에서 취소된 항공편이 230편에 달했다.

이로 인해 홍콩과 한국, 중국 본토, 대만 타이베이, 싱가포르, 태국 방콕 등을 오가는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연착해 동남아와 동아시아 전체 항공편이 큰 타격을 받는 '항공대란'이 벌어졌다.

이날 금융인들도 상당수 총파업에 동참해 출근하지 않으면서 '동아시아 금융허브'라는 명성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오후 들어 지하철 운행은 대부분 정상을 되찾았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총파업과 시위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총파업에 대해 "700만 홍콩인의 삶에 대해 도박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어떠한 열망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평화롭게 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바다에 던지는 등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위협하는 행동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며 "홍콩 정부는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결연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옥석구분(玉石俱焚·옥이나 돌이 모두 다 불에 탄다는 뜻으로, 옳은 사람이나 그른 사람 모두 재앙을 받음을 이름)을 바란다면 이는 홍콩을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밀어넣는 길"이라고 비난했다.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700만 홍콩인의 삶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나와 동료들은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해 사퇴할 뜻이 전혀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폴 찬 재무장관은 "시위가 계속된다면 홍콩은 불황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IHS마킷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월에 43.8로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MSCI 홍콩지수는 이날 3.5% 급락하며 9일 연속 하락했다. 이는 1997년 홍콩 주권반환 이후 최장기간 연속 하락이다.

홍콩 항셍지수도 2.85% 급락했다. 일부 홍콩 언론은 캐리 람 장관의 기자회견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캐리 람 행정장관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이날 오후 애드머럴티, 몽콕, 사틴, 췬완, 타이포, 웡다이신, 튄문, 디즈니랜드 인근 등 홍콩 전역 8곳에서 동시다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이들 지역의 행정 청사를 둘러싸고 시위를 벌이다가 인근 도로를 점거하고 바리케이드를 친 채 차량 흐름을 차단했다.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를 진압하려는 경찰에 맞서 시위대는 돌 등을 던지며 저항했다. 홍콩 최대의 관광지 중 하나인 침사추이는 이날 경찰의 최루탄 발사로 연기가 자욱한 모습이었다.

몽콕, 타이포 등 일부 지역의 시위대는 대형 성조기를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한 시위 참여자는 '트럼프 대통령, 홍콩을 해방해주세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었다.

특히 지난 3일에 이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시위대에 의해 또다시 바다에 버려지는 일이 발생했다.

SCMP에 따르면 시위대가 침사추이 페리 선착장 인근의 국기 게양대에서 오성홍기를 끌어 내렸고, 한 남자가 이를 바다에 버렸다.

지난 3일 시위에서도 검은 복장을 한 시위대 4명이 빅토리아 하버 부둣가 게양대에 걸려있던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던졌고, 이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웡타이신, 췬안 등 시내 곳곳에서는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가 쓰레기통과 폐지 등을 이용해 도로 위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시위대도 있었다.

시위대는 홍콩 시내 일부 경찰서와 경찰 숙소를 공격하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홍콩국제공항에서도 12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췬안 지역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경찰 차량을 발견하고 몰려들자 차 안에 있던 경찰들이 차량을 버리고 도망갔다. 시위대는 이 경찰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스프레이로 낙서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도 상당수가 이날 총파업에 동참함에 따라 이날 관광 명소로 유명한 코즈웨이베이의 애플 스토어와 커피 체인 스타벅스의 일부 점포 등 시내 곳곳의 점포와 쇼핑몰이 문을 닫았다.

지난달 14일 홍콩 경찰의 시위대 강경 진압이 이뤄졌던 사틴 지역의 '뉴타운 플라자' 쇼핑몰에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쇼핑몰을 점거하고 '악법 철폐' 등의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홍콩정부청사와 행정장관 집무실이 있는 애드머럴티 지역으로 몰려들면서 오후 들어 정부청사가 폐쇄되고 공무원들은 조기 퇴근했다.

밤늦게까지 홍콩 시내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면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도 잇따랐고, '제2의 백색테러' 사건이라고 할 만한 사건도 발생했다.

노스포인트 지역에서는 10여 명의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각목 등으로 시위대를 마구 폭행하면서 공격했다. 하지만 곧바로 수적으로 우세한 시위대에 밀려 '홍콩제일청년회의단' 간판을 단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시위대가 건물 유리창을 깨자 이들은 식칼 등을 휘두르며 저항했고, 실랑이는 15분가량 이어지다가 끝났다.

앞서 지난달 21일 밤 홍콩 위안랑 전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100여 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와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최소 45명이 다친 '백색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한편 지난 주말 몽콩, 침사추이, 정관오, 코즈웨이베이 등에서 일어난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44명이 체포되고 이 가운데 한국인 1명과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1명도 포함됐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홍콩 경찰은 6월 9일부터 이날 아침까지 420명의 시위 참가자가 체포됐으며, 이날 시위에서도 82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를 합치면 두 달 넘게 이어진 송환법 반대 시위로 인해 체포된 사람은 무려 500명을 넘는다.

체포된 사람의 연령은 14세부터 76세에 이른다. 홍콩 경찰은 6월 이후 지금껏 시위 진압을 위해 1천여 발의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홍콩 병원 당국은 6월 초부터 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다쳐 치료를 받은 사람이 461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39명의 시위 진압 경찰도 다쳤다.

홍콩 정부가 추진했던 송환법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대만 등에도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이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자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요구하는 법안의 완전한 철회가 거부되자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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