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만 가져도 탈락… '편법 부르는' 한부모가족 지원

출퇴근 중고차 구입 대상서 제외
항의하자 구청선 "타인명의 등록"
정부 지원 규정 '비현실적' 지적
전문가 "선정 기준 개선" 목소리

인천 영종도에서 두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A(45)씨는 얼마 전 겪은 일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서구 심곡동까지 출퇴근을 하기위해 오래된 중고 소형차를 샀을 뿐인데, 아동양육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런 법이 어디있느냐'고 따지기 위해 찾은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들은 얘기는 더욱 당황스러웠다. 타인 명의로 차량을 등록해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얘기였다.



A씨는 "한부모의 경우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도 돌봐야 해 차량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거주지나 차종, 차량가격 등 세밀한 지표 없이 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시키는 건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타인 명의로 차를 등록하라는 식으로 관공서가 나서서 편법을 유도하는 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부모가족의 생활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한 정부의 지원 규정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필수품이 돼 버린 작은 경차 한대만 사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근로 소득 외에 주거·금융 재산 등을 종합해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한달 20만원 정도의 아동양육비와 교육·법률서비스, 임대주택 입주 자격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런데 한부모가족으로 지원을 받다가 출퇴근 등을 이유로 작은 차량이라도 갖게 되면 지원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구조다.

생계유지를 위한 직접적인 수단이 되는 배기량 1천600㏄ 미만의 승용자동차나 배기랑 1천600㏄미만 승용차 중 차령이 10년 이상인 자동차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차량 소유가 가능할 뿐이다.

인천 부평구에서 10살, 11살짜리 아이를 홀로 키우는 B(39)씨는 친정식구들이 돈을 모아 사준 작은 경차 때문에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B씨는 "몇년 전 일이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얘기를 듣고 화나고, 억울하고, 당황스럽기까지 했다"며 "작은 경차 한대가 엄청난 사치품처럼 여겨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자 선정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차량을 소유했다고 사실상 대상자 선정에서 탈락되는 건 정부가 한부모가족 지원 정책을 단순히 생계비 보조 차원에서만 접근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자립·자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욱 촘촘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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