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엘리트가 버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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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로 쪼개진 영국 '세계화의 수혜자와 피해자'로 분열

극단적 정치집단 사이에서 이해·공존 원하는 독자에게 시사점


■ 엘리트가 버린 사람들┃데이비드 굿하트 지음. 원더박스 펴냄. 456쪽. 2만2천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지기반은 러스트벨트와 팜벨트로 알려졌다. 제조업 불황과 중국산 농산물 수입에 타격을 입은 지역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지지자도 스코틀랜드의 농부처럼 저학력 백인 노동자다.

 

신간 '엘리트가 버린 사람들'은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의 원인이 되는 정치지형을 분석했다. 저자는 "브렉시트의 원동력은 상대편 진영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못배운 자'라고 조롱받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언론인 출신의 저자 데이비드 굿하트는 서문에서 '세계화 시대에 가장 피해를 입은 이들은 선진국의 가난한 저학력 계층'이라고 전제한다. 이어 사회적 계층이 어디로든 이주할 수 있는 사람(애니웨어)과 태어난 곳에서만 살아가는 사람(섬웨어)으로 양분됐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세계화의 수혜자와 피해자다. 기존의 계급적·계층적 정의와 동떨어진 이분법이다. 

 

저자는 수십년간 공론장에서 소외받았던 섬웨어에 주목한다. 트럼프의 당선과 브렉시트의 가결 등이 '섬웨어의 역습'의 결과라고 보고, 우파 포퓰리즘 정당이 성공하고 민주주의의 위기가 찾아온 이유를 찾는다.

 

영국 사회는 양극단의 세계관을 가진 두 집단이 갈등하는 사회다. 저자는 교육, 계층 이동, 이민, 여성, 성소수자 등 다양한 쟁점에서 애니웨어와 섬웨어의 갈등을 포착한다. 그리고 대안으로 섬웨어의 목소리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줄 것을 권한다. 예를들면 이민자의 입국을 제한하고 취업을 통제하거나, 보편복지 대신에 근로 의욕이 있는 이들에게 선별복지를 확대하는 등의 조치다.

 

한편 이 책은 검증되지 않은 사회집단의 존재를 가정하고 쓰여지는 등 논리전개의 정합성에서 구멍이 많다. 대안도 뚜렷하지 않다. 미국의 도덕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는 양극으로 분화된 영국을 잘 설명한 책"이라고 평했다. 극단적인 집단 사이의 공존을 원하는 대한민국의 독자에게도 시사하는 바다.

 

/강보한기자 kb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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