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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환자에게는 '죽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잭 케보키언이란 의사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죽음의 의사(Dr. Death)'로 불렀다. 1990년부터 98년까지 중증환자 130명을 '죽음의 길'로 인도했기 때문이다. 그중엔 3~5년 더 연명할 수 있는 50대 알츠하이머 환자도 있었다. 고통의 눈물을 흘리는 환자의 몸에 그는 기꺼이 약물을 투입했다. 하지만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의 안락사 장면을 CBS 대표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제공한 게 문제였다. 법원은 '2급 살인죄'로 그에게 10~25년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미국 내에서 안락사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촉발했고 이 덕분에 오리건, 몬태나, 워싱턴주가 존엄사를 합법화했다.

소생 불가능한 중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계속 해야 하느냐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국내에서 존엄사 즉 '연명치료'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킨 것은 2008년 '김 할머니 사건'이다. 김 할머니는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가족들은 병원 측에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09년 5월 희망이 없는 연명치료를 환자 측이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논의과정이 길어지면서 '연명의료결정법 (존엄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건 이보다 늦은 2018년 2월이었다. 이후 연명 의료를 거절한다는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지난해 말 53만667명에 달했고 이 중 8만3명이 자기결정권에 따라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맞았다.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치료에 집착하기보다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그제 경인일보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사전 연명의료의향서' 제도가 최근 노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유행처럼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통스러운 삶을 연명하는 불치병환자로 무의미한 치료를 하면서 가족에게 고통을 주느니 사리판단이 가능한 지금, 생명에 대한 결정권을 본인이 직접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등록기관이 전국적으로 396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신문은 '노년의 슬픔'을 안고서 등록기관을 찾는 노인들을 가리켜 '존중받지 못하는 '존엄사권리''라는 서글픈 헤드라인을 달았다. '어떻게 삶을 잘 마무리할 것인가'는 우리 인류의 영원한 숙제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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