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프레임 전쟁

이영재

발행일 2020-02-21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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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라고 한다. 프레임이란 '정치·사회적 의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직관적인 틀'을 말한다. 그 힘이 너무 강력해 보수건, 진보건 프레임 앞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남부의 작은 주 아칸소 주지사를 지낸 '40대 촌뜨기' 빌 클린턴이 조지 H W 부시에게 승리를 거둔 건 경제 프레임 덕이 컸다.

클린턴은 구소련 붕괴에 따른 외교적 수혜, 여기에 1차 걸프전 승리로 지지율이 한때 90%까지 치솟았던 부시를 정상적 선거전략으론 도무지 이길 수가 없었다. 클린턴 진영은 부시의 강점은 무시하고, 약점인 경제 성과를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한 줄의 프레임 속에 가두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늙은 부시 vs 젊은 클린턴'이란 프레임을 하나 더 추가했다. 스트레이트 한 방, 어퍼컷 한 방에 부시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로 유명한 '프레임 이론'의 창시자 조지 레이코프는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정당의 개별 정책이나 후보의 도덕성이 아닌 프레임에 있다고 주장한다.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 제시된 틀을 반박하려다가는 역으로 해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레이코프는 미국의 진보 세력이 선거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를 프레임의 부재 또는 실패에서 찾았다. 평범한 사람들, 심지어 진보적인 시민들까지도 공화당에 투표하는 이유는 그들이 '진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진보세력이 자신들의 주장을 설파할 프레임을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렇게 상대의 프레임에 말려들면 백전백패란 뜻이다.

더불어 민주당 강서갑 지역구 공천경쟁이 '조국수호'란 프레임 속에 갇힌 꼴이 됐다. 금태섭 의원이 "총선을 '조국수호'총선으로 치를 수 없다"고 한 게 발단이었다. 여론이 금 의원 쪽으로 흐르는 듯하자 김남국 변호사는 자신의 출마를 '노무현 정신'에 따른 것이라며 '노무현 정신'이란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조국수호'와 '노무현 정신' 두 프레임이 맞붙은 것이다. 여당 경선이 이 정도인데, 4·15 총선에선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프레임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번 총선은 누가 상대방을 프레임 속에 잘 가두고, 또는 누가 그 프레임에 빠지지 않고 잘 피하는가에 따라 금배지의 향방이 결정된다.

/이영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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