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터뷰… 공감]'전국 사찰 코로나 치유 기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국민 아픔 함께 극복하는 게 '부처님 자비' 실천하는 길

2020042701001290100064581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최근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한달 연기키로 한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감염예방 법회 중단 이어 봉축 행사 한달 연기 '전례없는 결단'
의료인·공무원 무료 템플스테이… 문화재 관람료 정부 지원을
지도자 덕목은 '중생과 함께 하려는 노력, 다름 인정하고 화합'


2020042701001290100064586
4월 30일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지 2천564년이 되는 '부처님 오신날'이다.

 

불과 1년 전만 뒤돌아보면 부처님의 탄신을 축하하는 연등의 물결이 깊은 산사에서부터 도심에까지 화려하게 수를 놓았다. 

 

각 사찰마다 봉축법요식 준비가 한창인데다 수많은 불자(佛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얻고자 법회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예년과 달리 봉축행사를 거행할 수 없게 돼버렸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조계종을 비롯한 한국불교 30개 주요 종단이 참여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원행 스님) 소속 1만5천여개 사찰은 결국 봉축행사를 5월 30일로 한 달 연기하기로 뜻을 모았다. 

 

1천700년 한국불교 역사상 전례없는 일이다. 부처님오신날부터 한 달 간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는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에 들어간다.



전국 9개 주요 지역신문사가 가입된 한국지방신문협회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한불교의 최대 종단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대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종교의 이익을 내려놓기로 대승적 결단을 내린 배경에 대해 원행 스님으로부터 직접 들어봤다.

2020042701001290100064583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만난 원행 스님은 "한국 불교계는 다른 종교단체보다도 선제적으로 코로나19 감염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해 각 사찰의 법회와 기도를 중단했다"며 "특히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 한 달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국가적 위기상황이고, 또 이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께서 감당하고 짊어져야 할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종교의 존재 이유라는 생각에서다"면서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운이 좋게도 윤달 4월이 있어 5월 30일도 음력 4월 초파일이다"며 "국민과 함께 아픔을 치유하고 극복하는데 매진하려는 우리의 마음과 맞아 떨어진 거 같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원행 스님은 종교집회를 통한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언급하면서 "우리 불교 역시 비대면 법회 등 새로운 종교활동 영역을 준비해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종단 내부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시대 변화에 대한 성찰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종교활동 영역의 개척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와 공론의 장을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불교의 핵심은 '호국불교'라는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우리 역사 속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해 온 진정한 종교로 평가받는 이유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재앙이 닥친 이번에도 불교는 먼저 자발적으로 산문을 폐쇄하고 법회를 연기하는 등 다른 종교에 비해 발 빠른 대응을 보이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시 여기는 모습에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20042701001290100064584

원행 스님은 "조계종은 코로나로 인한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들에게 위안과 휴식의 시간을 제공할 계획으로, 현재 코로나19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의료인과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전국 16개 사찰에서 '토닥토닥 템플스테이'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종식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코로나19로 희생되신 분들을 위한 기도정진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속에서 과연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원행 스님은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의한 불안함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중요하고 바로 지금 종교가 어떻게 사람들을 보듬어 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인드라망'의 세계라고 부른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서로 연결돼 있는 그물과 같다. 그렇기에 오늘 지구촌을 위협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오직 인간만의 이익을 위해 뭇 생명들을 위협하고, 개인의 탐욕에 물들어 이웃을 멀리하고 공동체를 훼손해 왔던 우리 모두의 삶과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우리는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모든 생명들이 함께 공존하며 조화롭게 그리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일상과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이런 방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200000
/조계종 홈페이지 제공

원행 스님은 총무원장으로서 종단의 모든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국 사찰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는 "각 사찰은 보물을 비롯해 수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 불자들이나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기다 보니 사찰에서 빚을 내서 관리인들의 월급을 줘야 하는 입장이다"며 "사찰에서 문화재를 관리하고 보호하는 그분들도 말하자면 직장인이고,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 보니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찰이 입장객들로부터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에 대한 논란과 관련, 정부의 적극적인 조정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7년 정부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했지만 일부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계속해서 징수하자 등산객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원행 스님은 "종단이 소유한 문화재와 주변 사찰림 관리를 위해 문화재 관람료 징수는 문화재보호법을 근거로 한 정당한 행위인데 사찰을 거쳐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데도 비용을 왜 지불해야 하냐고 항의해 마찰을 빚고 있다"며 "사찰이 수백년 간 문화재를 지켜온 헌신과 노력에 대해 인정해주길 바란다. 앞으로 문화재를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2020042701001290100064585

끝으로 갈등과 분열이 빈번한 동시에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현대사회에서 불교 지도자의 역할과 지향해야 할 리더십이 무엇인지 물었다.

원행 스님은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으로, 중생(국민)들과 늘 함께 하려는 노력과 나의 주장만을 내세우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며 화합을 도모하려는 모습이 바로 불교 지도자들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모든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가 열리는 5월 30일에는 조계사 대웅전과 전국 사찰에서 봉축 법요식 및 국민의 안전과 국난극복을 위한 기도정진 법회와 함께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대국민 메시지 및 희생자 애도, 환자를 위한 기도, 불자들의 서원을 담은 발원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2020042701001290100064587

한신협 공동기획/이성철기자 lee@kyeongin.com 사진/한신협 공동취재단

■원행 스님은?

▲1973년 법주사에서 혜정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수지 


▲1985년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 


▲1994~2005년 제11·12·13대 중앙종회의원 


▲2011~2012년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 


▲2014~2018년 중앙승가대학교 총장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경인일보 포토

이성철기자

lee@kyeongin.com

이성철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