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규명 돼도 국가유공자 인정 못받는 국민방위군

故 진남용씨, 조사결과 소집·사망 증명불구 보훈처 DNA대조 요구
"옛날 제주도서 돌아가신 분 유해 어떻게 찾나" 유족들 다시 상처


"진실규명이 됐다는 고지서를 받고 부둥켜 안고 울었어. 며칠 만에 유해가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을 치며 또 울었어."

진유원(80·의왕시)씨는 한국전쟁 중 국민방위군(7월 1일자 7면 보도)에 징집된 아버지 고 진남용씨의 유족이다. 1일 경인일보와 통화에서 그는 여러 차례 흐느꼈다.



진남용씨는 한국전쟁 당시 41세로, 국민방위군 징집 대상(17세~40세)이 아니었다. 다만 호적이 늦게 돼 징집 대상이 됐다고 한다. 화성시 일왕면 오전리에서 징집된 진남용씨는 제주도 교육대로 이동하게 된다.

아들 진유원씨는 "당시 9살로 아버님이 어디로 가시는지 몰랐지. 전쟁 끝나고 아버님과 국민방위군에 같이 가셨던 분을 통해서 아버님이 희생당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라면서 "마을에 구들장 만드는 일을 하는 분이 세 분 정도 계셨는데 이분들이 '남용이는 못 오고 나는 왔어. 남용이가 힘이 좋아서 (끌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했지. 유원이도 지 아빠를 닮아 힘이 좋아'라고 담배 피면서 하시는 말씀을 들은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전란에 가옥이 모두 불타고 아버지 없이 자란 진유원씨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진실과화해위원회가 국민방위군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아버지 사망에 대한 '진실 규명'을 신청하게 된다.

진유원씨는 "나는 글을 모르기 때문에 동생 진유성(74·안양)이랑 같이 갔지. 의왕시청이랑 국방부에 가서 조사도 받고 진술도 했어"라고 전했다.

진실과화해위원회는 6년가량 현지답사와 문헌·진술조사를 거쳐 2010년 "진실규명 대상자 진남용이 국민방위군으로 소집돼 사망 또는 실종된 사실이 확인돼 진실규명됐다. 국가는 조사결과에 따라 사망자·실종자 등과 그 가족에게 공식적 사과, 위령제 실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및 전사 또는 순직자에 준하는 국가유공자로서 예우를 갖추는 등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국가보훈처에서 유해를 발굴해 DNA 대조를 하지 않으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동생 진유성씨는 "그 옛날 제주도에서 돌아가신 분의 유해를 지금 어떻게 찾아올 수 있겠나. 배운 것도 없는 사람들이 제대로 사과나 보상을 받겠다고 해본 일이었지만 거기까지였다"고 토로했다.

그들에게 남겨진 건 '진실규명'으로 판정됐다는 진실과화해위원회의 고지서 한 장이 다였다. 동생 진유성씨는 "아버님이 돌아오시지 않아 무당한테 장례날을 받아서 1951년에 장례도 치렀다. 먹을 것도 없어서 물 만 떠 놓고 제사를 지냈는데 지금이나 그때나 억울한 건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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