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부드러움'이 '카리스마'의 본질

때로는 과격한 상사를 만나
상처를 받은 경험도 있지만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부하직원에 당위성 설명하고
문제 해결하는 상사들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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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섭 경기대 특임교수·한국문협경기광주지회장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공무원 공채시험이 있으니 함께 응시해 보자는 친구 권유에 따라 지금의 9급인 5급 을류 공무원 시험에 합격, 1977년 5월14일 공직 생활을 시작해 2016년 6월30일 퇴직했다. 장장 40년 1개월. 재미있는 것은 공무원시험이 있는 것도 모르던 나에게 시험을 권유, 함께 응시했던 친구는 합격하지 못해 지금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고향인 경기도 광주군청 재직 중 경기도청 전입시험을 거쳐 1천300만 경기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30년의 공직은 인생 1모작의 황금기였다. 1991년 지방의회가 재구성되고 김영삼 정부가 지방의 세계화를 부르짖던 시절, 경기도와 자매결연 관계에 있던 일본 가나가와현 파견 근무를 시작으로 국제 교류와 해외 통상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40여개국을 종횡무진 발로 뛴 역동의 시간이었다. 특별사법경찰과장 재직시 농산물 원산지 표시위반 등 특정 업무에 대해 수사권을 부여받아 민생안전을 위한 법과 정의 실현에 최선을 다했던 시간들은 먹거리 안전을 위한 공직자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9급으로 시작된 공직, 사무관과 서기관을 거쳐 기초자치단체의 부단체장 경험은 바람직한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리더십 또는 카리스마는 결코 위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걸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들은 모교에서 행정학을 강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30년만의 귀향을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것 또한 그간의 공직 경험에서 얻어진 아래로부터의 의사소통 방식이 그 밑바탕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가끔은 듣기 싫기도 했지만 공직 생활 내내, 아니 지금도 솔직히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좋은 의미로 들릴 때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유약하고 카리스마가 부족한 사람으로 비치기도 해 마음이 편치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조직생활에서 카리스마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인터넷을 검색하니 '많은 사람을 휘어잡거나 심복하게 하는 능력이나 자질'이라고 적혀 있다. 본래 종교적인 의미였으나 요즈음은 지도자가 일반 대중의 지지나 후원을 얻는 비범한 정신력과 권위, 곧 지배자의 초자연적 특성을 말하는 정치적 의미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물리적인 힘에 의해 지배 복종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힘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만이 카리스마의 본질일까?

경기도청 근무 시절 이야기다.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행정 업무는 시·군에서의 기본적 통계자료 또는 시·군의 의견을 얼마나 빨리 각 시·군으로부터 취합하느냐가 일을 잘하는 척도로 작용하던 시절이었다. 시·군 담당자가 기일을 잘 지키는 경우도 있지만 지나칠 정도의 채근과 독촉을 하지 않으면 지정된 기일내 보고서 취합은 불가능하다.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고 상대방의 처분만 바라는 성격 탓에 보고서가 늦게 취합되어 상사에게 꾸지람을 받았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도 많이 있다. 40년 공직을 거치면서 수많은 상사들의 다양한 업무 스타일을 목격했다.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과격한 상사를 만나, 공직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의 상처를 받은 경험도 솔직히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부하 직원들에게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 나가는 방법으로 문제 해결에 주력했던 상사들이 훨씬 더 많았다. 공직생활에서 카리스마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9급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해 부시장의 직책까지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적인 의미의 '강한 이미지의 카리스마'만으로 얻어진 결과는 결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능력에 비해 인덕(人德)과 관운(官運)이 있었기에 고위 공직에까지 오를 수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온 카리스마의 원천은 '강함'보다는 '부드러움' 즉, '부드러운 카리스마' 덕분이라고 하면 지나친 자화자찬일까?

/김한섭 경기대 특임교수·한국문협경기광주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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