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평화의 시작, 일단 만나자

남북경협은 확실한 대화 창구
개성공단서 협력 쌓을수록
한반도 비핵화 여건 무르익어
더 적극적으로 신뢰 확보한다면
얼어붙은 장벽 눈 녹듯 사라질 것


기고문 증명사진(경기도 김태희 아나운서)
김태희 경기도 평화대변인실 아나운서
9년 전 북한이탈주민 친구와 한 조가 돼 토론회에 나간 적이 있다. 126강에서 출발해서 최종 우승을 할 때까지 그 친구와 3개월 동안 동고동락했다. 나는 처음으로 북한에 대해 눈을 떴다. 처음으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그 친구의 꿈은 내 꿈과 사뭇 달랐다. '부모님을 만나는 것'이었다. 내가 평생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타인의 꿈이었다.

친구의 낯선 세계로 한 걸음씩 들어가면서 그를 둘러싸고 있던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토론대회에 참가했던 남북한 청년들이 '소통'이라는 작은 동아리를 만들었다. 통일과 평화를 앞당기는 일을 해보자고 했다. 통일을 염원하는 '그날'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했다. 새로운 만남은 새로운 이해를 낳고, 평화를 꿈꾸게 했다.



개성공단도 남과 북이 새롭게 만나는 장소였다. 경제협력 공간이기 전에 남과 북이 새롭게 이해하는 공간이었다. 작은 통일의 공간으로 불렸던 개성공단은 120여개 업체에서 5만여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했다. 북측과 남측 노동자들의 체육대회 현장은 웃음꽃이 피어났다. 같이 생활하다 보니 오해는 풀렸고, 매일 작은 평화와 통일의 사례가 쌓였다.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도 남북경제 공동체인 개성공단을 부러워했다. 2014년 개성공단을 찾은 독일 연방하원 코쉬크 의원은 독일에 개성공단이 있었다면 동·서독 경제·사회통합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적었고 충격도 완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과 북이 새롭게 만났던 개성공단이 폐쇄된지 근 5년이 다 돼간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하루하루가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했다. 기다림이라는 것은 언젠가 개성공단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기다림의 마음을 담아 경기도는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5일 영하 10도의 날씨에 평화부지사는 통일대교에서 삼보일배했고 43일간 임진각 임시 집무실에서 근무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경기도의 43일간 여정에 시민사회가 응답해 이달 중 민간주도 협력기구인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위한 연대회의가 출범할 예정이다. 특히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경기국제평화센터를 설립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 사회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개성공단 재개 선언부터 하자. 당장 개성공단을 재개하지 않더라도 선언 후 남북이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개성공단을 가동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우선 대북제재라는 틀 속에 갇히지 않는 것이다. 안보리 제재는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닌, 제재를 통해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원부자재 공급으로 생산된 제품을 북측 내수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물자의 반출이 없어서 대북제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남북 경제협력은 확실한 대화 창구이자 평화의 담보다. 개성공단에서 이뤄지는 대화와 협력의 과정이 쌓여 갈수록, 한반도 비핵화의 여건도 무르익을 수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적대와 갈등이 아닌 대화와 이해에 있기 때문이다. 평화경제와 비핵화의 선순환, 그 해답이 개성공단이다. 때마침 단계적 접근을 선호하는 바이든 행정부도 들어섰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남북의 시간을 열어야 할 때다. 대화와 이해를 바탕으로 신뢰를 차근차근 확보해 나간다면, 남과 북 사이의 얼어붙은 장벽도 봄날의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9년 전 북한이탈주민 친구와 동고동락하며 서로를 알아갔던 것처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남북회담이 새해 평화적 통일로 가는 첫 신호가 되길 기대한다.

/김태희 경기도 평화대변인실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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