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세상에 의미 없는 통계는 없다

열악한 환경 불구 철저한 준비로 현장조사
안전관리 지침 매뉴얼화 코로나 확산 예방
남동구, 지난해 통계업무 첫 대통령상 수상
빅데이터로 불법주정차 줄여 '우수' 선정도


이강호 남동구청장 (1)
이강호 인천 남동구청장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시대다.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가 1년 내내 뉴스 첫머리를 차지하더니 어느새 가족과 친구 간의 만남조차 불안하게 만들었다. 어린아이조차 마스크를 써야만 외출이 가능한 서글픈 현실을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결국 문제 해결의 기초는 바이러스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부터였고, 이 과정에서 통계는 절대적 기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추이와 유형을 분석해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한다. 누적된 통계 수치에 근거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고 사회 시스템을 통제하며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처음이야 어찌할 수 없다 해도 반복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통계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정책 수립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출산 장려정책을 펴고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면 맞춤형 복지 정책이 추진된다. 통계의 대부분은 숫자로 표현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늘 명확한 이유가 있다. 화재가 반복되는 장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고 아무 이유 없이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는 없다. 정책 입안자는 통계로 사회 현상을 읽고, 분석의 결과는 정책 수립의 근거로 이어진다. 통계를 무시하거나 잘못된 통계에 근거한 정책이 실패하는 사례는 역사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남동구는 얼마 전 또 한 번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통계청이 주관한 '2020 전국 통계업무 진흥유공' 정부포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기관에 선정돼 이 부문 최고 권위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일이다. 남동구 개청 이래 통계업무 분야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포상은 지난해 대규모 경제통계 조사를 수행한 전국 광역·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조사 과정과 실적 등을 종합 평가했는데, 남동구는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유일하게 최우수 기관에 선정됐다. 통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기인 만큼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열악한 조사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남동구는 지난해 6~8월 초 '전국 사업체조사 및 광업·제조업 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사업체 조사(4만4천752곳)는 지역내 산업 활동을 하는 종사자 1인 이상의 모든 사업체를 대상으로 종사자 수, 연간 매출액 등 11개 항목을 확인해야 한다. 광업·제조업 조사(1천570곳)는 별도 항목의 14가지 질문을 하고 답을 들어야 한다. 남동구는 남동국가산단과 구월동 로데오 상가 지역을 비롯해 금융, 유흥업소 등 다양한 분야 사업체가 밀집해 있다. 단 두 달 동안 모든 조사를 끝내야 하는 조사원 입장에선 '극한 직업'이 따로 없다.

심지어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이들에게 매출이나 종업원 수를 묻는 건 누구에게도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설상가상 조사 직전인 지난해 5월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이 재확산했고, 부천 물류센터에선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졌다. 정부가 수도권에 강화된 생활속 거리두기 시행 방침을 밝힌 것도 이때였다. 쉽지 않은 여건에도 구는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다. 우선 지역사회 전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자체 안전관리 지침을 수립, 현장 조사수칙과 환자 발생 시 조치사항 등을 매뉴얼화했다. 조사원들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을 확인한 경우에만 투입했다. 또 수차례의 헛수고와 문전박대에도 계속 인터뷰를 시도해 불응률을 낮추며 통계의 신뢰도를 높였다. 현장에서 고생한 조사원과 구 담당부서의 헌신적 노력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도 기꺼이 답변에 응해준 많은 사업주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남동구는 앞서 지난해 10월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 주·정차 감소 및 주민 보행환경 개선 사례로 경인지방통계청으로부터 지역통계 정책 활용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통계에 기초한 정책을 현장에 활용한 좋은 예다. 보통 국가에서 실시하는 대규모 조사는 일상적이고 번거로운 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런 조사의 맹점은 장기적인 정책수립의 표본이 된다는 점이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숫자가 '언젠가는' 개인의 삶에 반드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누적된 통계가 앞으로 있는 유사 사태에 대비할 힘이 되는 것과도 같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시대일수록 우리가 과거와 현재를 반추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이강호 인천 남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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