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독도, 올림픽… 이바라기 노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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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내게 다정한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몰랐고/ 순수한 눈짓만을 남기고 다들 떠나버렸다.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이바라기 노리코(1926~2006)의 시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한 대목이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기에 시인은 예쁘게 꾸밀 이유를 잃는다. 예쁘게 꾸민들 봐줄 사람도 없었고, 또래의 젊은 남자들은 모두 전쟁터로 끌려나갔기 때문이다. 얼핏 자아도취적 시로 읽힐 수도 있는 이 시는 전쟁, 강제징병 같은 국가 폭력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역사적 시련의 시기를 극적으로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바라기 노리코는 평생 윤동주(1917~1945) 시를 애독했으며, 누구보다 한글과 한국문화를 사랑한 시인이었다. 그의 열정과 노력으로 1990년 이후에는 '서시', '쉽게 쓰여진 시' 등 윤동주의 시 4편이 일본의 국정교과서에 실려 146개 고등학교에서 사용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현대시를 번역하여 출판하는 등 시인은 평생 한국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요즘 올림픽을 앞두고 한일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른다. 위안부 및 징용 문제로 불거진 갈등이 수출제한 조치로 비화했고, 이제 올림픽을 앞두고 독도를 일본 영토로 포함시키는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 인류의 축제인 올림픽을 후쿠시마 원전 사태 극복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더니 이제는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야욕마저 숨기지 않는다. 이에 우리 전직 총리들을 비롯한 지도자급 인사들은 올림픽 불참을 선언해야 한다 하고, 올림픽 보이콧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리는데 일본은 마음대로 하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국익과 국가 체면을 앞세운 양국의 국가이성이 이 문제들에 대해 협의하고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이를 정부 간 외교, 즉 국제(國際)를 풀려 들면 더 꼬인다. 이럴 때 양국의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이 나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문학평론가 최원식 교수는 이를 민제(民際)라 했다. 때로는 한 편의 시와 드라마와 노래가 외교관 백 명보다 더 큰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 사람의 문인보다 못한 일본 정부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문득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가 생각났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수원문화재단 지혜샘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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