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바우처가 뭐에요?" 난방비 폭탄 피하고 싶어도 방법 모른다

입력 2023-02-06 16:00 수정 2023-02-0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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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창고를 살펴보고 있는 정모(60대)씨의 모습. 올해 교회에서 연탄 200장가량을 지원 받았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교회에서 연탄 주는 게 에너지바우처인 줄…
취약계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고자 마련한 '에너지바우처' 제도가 생소한 데다 활용이 어려운 탓에 신청하지 못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난방비 대란' 여파로 연료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기에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 이어진다.

수원시 평동에 거주하는 정모(60대)씨는 60만원이 조금 넘는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 한 달 한 달을 지내온 지 벌써 10여 년이 넘었다. 식비, 병원비 등 생활비를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만원 몇 장뿐. 그에게 난방비 부담이 커지는 겨울은 걱정이 배가 되는 계절이다.
연탄 구매 가능해도 제도 인지 못해
사회공공부조 '신청주의' 원칙 탓에
취약층 발굴돼도 본인 신청절차 필수
거동 불편한 노인은 이용 어려운 입장
정씨에게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을 건넨 건 공공이 아닌 인근 교회였다. 겨울철마다 연탄 200여 장을 지원해 난방비 부담을 덜어줬다. 하지만 공급이 일정치 않아 불안에 떨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1월에는 연탄창고가 바닥났는데도 연탄이 제때 공급 안 돼 며칠간 추위에 떨어야만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에 1인 가구인 정씨는 에너지바우처로 연탄을 구매하면 되나 해당 제도를 알지 못해 그간 이용하지 못했다. 정씨는 "교회에서 연탄을 가져다주는 게 에너지바우처인 줄 알았다. 이름은 얼핏 들었는데 방법도 모르고, 몸이 아파서 밖에 돌아다니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씨처럼 생계가 어려운 취약계층이라고 해서 모두 에너지바우처를 받지는 않는다. 소득기준과 세대원 구성 기준을 전부 충족하되, 행정복지센터에 방문·전화하거나 온라인으로 신청해야 한다. 사회 공공부조는 수혜자가 직접 공공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신청주의'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나 공무원이 취약계층을 발굴한다 해도 서명하는 건 본인 몫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서류 작성이 어려운 취약계층 노인 입장에선 에너지바우처를 손쉽게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쪽방이나 고시원 등은 대개 등유·LPG·연탄으로 난방을 땐다. 고지서에 나온 금액을 차감하는 도시가스와 달리 카드사나 은행에 연락해 '국민행복카드'를 발급 받고 직접 연료를 구입해야 한다. 인근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에너지바우처 신청한 뒤 별도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대상자임에도 에너지바우처를 활용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나타나는 실정이다. 실제 경기도 내에는 에너지바우처를 신청 안 한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지난 2021년에만 최소 1만2천624가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도의 에너지바우처 미발급률은 9%로 전국 평균치인 6.65%를 훌쩍 웃돌며 상위권을 기록했다. 정부의 에너지바우처 사업 예산 집행률도 2019년 81.3%, 2020년 81%, 2021년 71.7%로 감소 추세를 보인다.
불쾌할 만큼 가난 증명해야 할 땐 신청 포기하기도
이에 기초생활보장제도처럼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진 공공부조 제도를 신청할 때 에너지바우처를 같이 접수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복지 제도의 단순한 신청 경로를 개선해 복지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주거급여를 신청할 때 난방비를 동시에 지원 받고 다른 복지 서비스를 적극 연계시켜주는 방안이 도움이 될 것"이라 짚었다.

신청 조건을 완화해 지원 대상자를 늘리는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특히 노인들 입장에선 에너지바우처 관련 신청과정이 어렵고 단서들이 많다. 또 불쾌할 정도로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경험까지 겪으면 신청을 아예 포기하고 만다"며 "선정 기준 문턱을 낮춰 대상자를 확대하는 게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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