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에서 작품으로… 30년간 우직히 뚫고간 굴포문학회 '글쓰기의 힘'

31일 경인교대서 굴포문학 30주년 특집호 출판 기념회 개최
입력 2023-11-01 18:34 수정 2024-02-05 18:47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1-02 6면
인천 여성문인단체 굴포문학회 30년 출판기념회
지난달 31일 오후 4시 인천 계양구 경인교육대학교 예지홀에서 열린 '굴포문학 30주년 특집호 출판 기념회'에서 굴포문학회 회원들과 이들을 30년간 지도한 문광영 경인교대 명예교수, 문학회를 도와 온 김윤식 시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31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새댁' '주부님'으로 불리던 여성문화회관 문예창작반 수강생들이 30년 세월 동안 꾸준히 글을 쓰며 지역 문단을 이끄는 작가로 성장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인천 여성 문학단체 '굴포문학회' 이야기다.

지난달 31일 오후 4시 인천 계양구 경인교육대학교 예지홀에서 열린 '굴포문학 30주년 특집호 출판 기념회'는 시끌벅적했다. 가족처럼 지내는 굴포문학회 문우들, 이들의 성장을 돕고 응원해 온 문인들이 어깨동무하며 시를 읊고 노래를 불렀다. 오세영, 윤후명, 황충상, 김영승, 김윤식 등 한국 문단의 걸출한 작가들도 참석해 이들과 어우러졌다. 축제의 한 장면 같았던 이날 출판기념회 분위기를 이해하려면 굴포문학회의 출발부터 설명해야 한다.

굴포문학회는 1994년 문학평론가 문광영 경인교대 명예교수가 지도한 인천여성문화회관(현 인천여성가족재단) 문예반 수강생 40여 명이 모여 만들었다. 그해 가을부터 준비해 이듬해 2월 문학동인지 '굴포문학' 제1집을 냈으며, 결간 없이 해마다 동인지를 펴내 올해 제30집을 완성했다. 굴포문학회에는 등단한 회원이 단 한 명도 없이 출발했다. 현재 회원 32명 대다수가 등단한 시인, 소설가,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펴낸 개인 작품집만 70여 권에 달한다.

주부 중심 문예반 수강생으로 시작
회원 32명 대다수 시인 등 등단
펴낸 개인 작품집만 70여권 달해

문학회 신경옥 수필가는 "처음엔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었지 문단을 나눌 줄도 모를 정도로 초보들이었다"고 말했다. 김희수 수필가는 "혼자선 단 한 문장도 쓰지 못했을 것"이라며 "혼자 오면 먼 길인데, 회원들과 30년을 함께 하면서 모두가 비로소 작가가 됐다"고 했다. 문학회 결성부터 지금까지 회원들을 지도하는 문광영 교수는 "여성문화회관 강의 때 모두를 아무개 주부님이라고 불렀는데, 돌아보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굴포문학회는 인천 여성 문학 발전의 주역이자 지역 문학의 산실이 됐다"고 말했다.



굴포문학은 인천 부평과 계양을 거쳐 부천, 김포에 이르러 한강으로 흐르는 굴포천에서 따온 이름이다. 문광영 교수가 그 이름을 지을 당시만 해도 굴포천은 시커멓게 더럽고 악취가 나 회원들이 시큰둥했다고 한다. 문 교수는 "굴포는 고려 시대부터 운하를 만들려 했던 데서 연유했기 때문에 '무엇을 뚫고 나간다'는 힘찬 이미지를 지녀 문학회 이름으로 밀고 나갔다"고 회상했다.

초창기엔 동인지 기사를 내달라고 언론사를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이젠 2008년 조선일보 단편소설 신춘문예로 등단한 양진채 소설가처럼 쟁쟁한 작가들을 배출했다. 상당수 회원이 문학강연회, 북 콘서트 등에 초청받고 있다. 양진채 소설가는 "보통 습작 동인으로 가거나 등단 작가끼리 동인을 구성하지만, 회원 전체가 습작하다 거의 모두 등단한 문인단체는 굴포문학회 말곤 없는 걸로 안다"며 "그만큼 귀한 사례"라고 말했다.

글쓰기가 이들의 삶을 완전히 바꿨다는 것이 등단보다 더 소중한 가치라고 한다. 여든을 넘긴 김순자(초대 회장) 시인은 "성격도 서로 다른 주부들이 모인 초창기엔 반목도 있었지만, 긴 세월 서로를 응원하며 작가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굴포문학회 회장 구자인혜 소설가는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언어는 가족과 자식들로 향했으나, 미로 같은 30년 바람길을 걷다 보니 이제는 세상일로 눈과 마음이 열리며 삶의 의미도 깨달았다"며 "대부분 회원이 30대에 시작해 60대로 접어들었는데, 다시금 새로운 돛을 펼치려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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