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 없이… 시외버스, 또 떠났다

입력 2023-12-20 19:56 수정 2024-01-09 15:06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2-21 1면

한적한 송탄터미널 대합실

이달말 이후 미운행 안내문 게재


도내 버스터미널 잇따라 폐업

교통수단 사라진 시민들 불편
버스기사·자영업자는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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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시외버스 터미널이 경영난과 지역인구 감소 등으로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전 이달 말까지만 운영하는 송탄 버스터미널 대합실에 운영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내 걸린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12.20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불꺼진 대합실엔 매표소도, 안내원도 없었다. 기계 한 대만이 덩그러니 남아 승객 서너 명을 받았다. '제천 미운행, 속초 미운행, 광주 감차운행…'. 한쪽 벽면 운행시간표에는 전국 행선지마다 미운행과 감차를 알리는 안내문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20일 오전 10시께 찾은 평택 송탄시외버스터미널(송탄터미널). 180㎡(50평) 규모의 대합실 내부에 대기 중인 승객들이 무인발권기와 운행시간표, 창밖을 돌아가며 바라보고 있다. 출입문과 이동 경로마다 이달 말 터미널 운영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곳곳에 보였다.



김봉학(62)씨는 속초행 노선이 사라진 시간표를 보고 놀라던 차였다. 김씨는 "예전만 해도 하루 몇 대가 다녔었는데, 아무리 오랜만에 찾았다고 해도 아예 없어졌을 줄은 몰랐다"면서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데, 불편하더라도 다른 교통수단을 알아봐야겠다"며 터미널을 나섰다.

이날 전역을 맞아 고향 광주행 버스를 기다리던 군복차림을 한 윤모(21)씨도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폐업 소식을 오늘 처음 알게 됐는데 휴가를 나올 때마다 매번 이용하던 곳이라 아쉽다"며 "인근 군부대 인원들도 전국 각지에서 오고 가는데 자주 이용하는 터미널이라 불편이 클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송탄 버스터미널 폐쇄16
송탄 버스터미널 폐쇄.2023.12.20./임열수기자

1989년 개장한 송탄터미널이 운영 34년 만인 올해를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올해 경기지역에서만 세 번째 터미널 폐업 사례다. 지난 1월과 5월에는 고양 화정터미널과 성남시외버스터미널이 폐업(1월5일자 1면 보도)했다.

평택시에 따르면 송탄터미널은 2019년 기준 19개 노선에 하루 이용객 1천200여명에 달했으나, 코로나19와 지역 인구 감소 등으로 현재는 10개 노선에 하루 100여명이 이용하는 수준으로 발걸음이 줄었다. 이에 내년부터 터미널 80m 인근에 있는 간이 정류장으로 대체 운영된다.

일찌감치 사태를 예감했던 버스 기사와 터미널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터미널 상가 내 마트를 7년째 운영 중인 김모씨도 "이미 승객 손님은 4년여 전부터 급격히 줄어 매출도 전에 비해 한 20%가량 준 것 같다"고 했다. 동서울행 노선 4년 차 버스 기사 김모씨도 "앞서 노선 감축으로 퇴직한 기사들처럼 그만두거나 다른 곳을 찾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편 공공 대중교통시설로 역할을 해 온 시외버스 터미널들의 줄폐업은 이어지는 추세다. 전국터미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6년 동안 전국 터미널 326곳 중 31곳(9.5%)이 폐업했다. 같은 기간 경기지역에서도 5곳(송탄터미널 포함)이 폐업했고, 서울도 상봉시외버스터미널이 최근 문을 닫으면서 수도권도 예외 없는 상황이다.

전국터미널협회 관계자는 "버스나 택시업계처럼 터미널도 교통복지 차원에서 공공재 역할을 이어 왔으나 현재는 공적 지원 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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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탄 버스터미널 폐쇄.2023.12.20./임열수기자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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