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 문제는 재정 취약성이 아니다

입력 2024-04-02 21:0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4-03 18면
이재명 '경기분도 시기상조' 주장
논리적이지도 않고 문제 심각성
수도권 분리되려면 '특자도' 최선
자치권 부여 발전동력 찾아야
북부 주민들 지역주권 회복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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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훈 경기북부특별자치도설치촉구 시민사회지식인연대 상임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3월23일 의정부를 찾았다.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 온 분답게 분도·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한 책임있는 이야기를 바랐다. 하지만 재정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하면서 분도가 시기상조라 했다. 1980년 민주화 시절부터 40여 년 표출된 경기북부의 염원을 몰라라 한 것은 물론 '논리적이지 않다', '강원도 서도'가 될 것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이 대표의 주장은 논리적인가. 그렇지 않은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염원하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를 알리고 싶다.

첫째 이 대표는 재정 취약성의 원인이 군사 규제와 수도권 규제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먼저 해결하고 나서 분도해야 한다 했다.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도지사를 지내면서도 풀어내지 못한 중첩된 규제를 분도 없이 풀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 되묻고 싶다. 수도권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벗어나는 논리가 있어야 한다. 수도권 규제는 과밀화된 서울, 인천, 경기를 규제하여 지방균형발전을 달성하려는 강고한 법에 근거하고 있다. 북부가 경기도의 행정구역으로 남아 있는 한 이 규제를 풀 수 없다는 뜻이다. 한편 북부지역은 전국 최고 수준의 군사 규제로 인해 산업·교통 인프라 낙후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분리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다. 즉 서울, 인천, 경기를 수도권으로 정한 규제를 풀려면 경기북부가 분도·특자도가 되는 길이 최선인 것이다.



둘째 재정취약성을 벗어나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분도가 되면 북부에 1조2천억원 정도의 재정손실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부에서 지원받아 온 8천억원과 북부 시·군에서 4천억원의 재정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경기도의 지방세 수입 중 북부에서 징수되는 비율은 30%가 안 되는 게 사실이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 그동안 남부의 재정기여를 받아 온 북부의 재정취약성은 해결되었는가. 아니다. 재정취약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 그 결과 최근 10년간 경기 남·북부 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격차도 심화되어 2010년 남부의 65%이던 북부의 1인당 GRDP가 2021년에는 59%까지 하락하였다. 이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고, 경기 남부만의 재정기여로는 어림없다는 반증이다. 국가가 70여 년간 경기북부를 안보상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을 이유로 발전에서 소외시키고 경기도에만 책임을 떠넘긴 결과이기도 하다. 경기북부 주민들이 분도·특자도를 통해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아 자신들의 의지를 가지고 지역에 맞는 발전동력을 찾도록 지원해야 국가도 경기도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셋째 경기북부 주민 360만명은 경기남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세번째 규모다. 이렇게 많은 인구가 기초자치권은 갖고 있지만, 광역자치권은 제약받고 있다. 경기북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등 도민이어서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지 못하여야 한단 말인가. 결국 이 대표는 경기북부 360만 주민의 자치권이 재정문제로 제약받아도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원인과 결과를 뒤바꾼 모순된 주장이다. 심지어 제5공화국 헌법 부칙을 통해 지방자치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시행하겠다고 한 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정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4·10 총선도 그러한 정치과정이다. 구한말 실학자 최한기는 '천하우락 재선거'라는 말을 했다. 이번 선거는 경기북부의 주민들에게는 그동안 악화되기만 했던 지역사정을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이다. 재정취약성을 극복한다는 말은 역대 도지사들이 분도를 반대하는 논리였으나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었고, 북부를 그대로 경기도에 묶어두고 수도권 규제를 벗어나겠다는 시도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었다. 경기북부 분도·특자도야말로 상황을 일거에 바꿀 수 있는 대안이다. 이제 북부 주민들은 경기북부의 지역주권을 회복하고 싶다. 한반도 전체를 보면서 경기북부와 거기 사는 주민들이 활력이 넘치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이것이 지금 이 대표에게 전하는 경기도민들의 강력한 바람이다.

/허훈 경기북부특별자치도설치촉구 시민사회지식인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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