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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험재정 지키는 골든타임,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으로부터

입력 2024-04-04 20:00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4-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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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호윤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장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의 건강보험 재정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당기수지가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규모가 매년 커질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물론 수입과 지출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전망이 가능하나, 이 대목에서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건강보험이 국민의 의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는 반증인 동시에 효율적인 지출 관리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고도 해석된다. 그 방안의 하나로 재정누수 방지를 위한 공단 특별사법경찰권한(이하 특사경) 도입을 들 수 있다.

필자는 지난달 인천경기지역본부에 부임한 이래 업무파악과 정책추진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 각종 현안과 통계에도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개설의료기관과 면허대여약국(이하 사무장병원)의 폐해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새삼 각인되었다.



비(非)의료인이 의료인을 내세워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은 개설 자체가 불법이다. 이들이 지난 14년간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 명목으로 편취한 금액은 3조4천억원에 이른다. 모든 인천경기지역민이 1년 동안 납부할 지역보험료와 같고, 건강보험 수가를 5.6% 인상할 수 있는 규모다. 인천경기지역만 적발금액이 8천175억원이나 되지만 그중 징수액은 523억원, 징수율은 6.4%에 불과해 보험재정 안정성 또한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영리 위주의 과잉진료, 산삼약침 사기, 통원환자 가짜 입원확인서 발부 등 국민의 건강과 의료시장을 교란시키며 위협하고 있다.

공단은 사무장병원을 단속해오고 있으나 자금흐름 추적과 관련자 직접 조사가 불가하여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다. 수사기관은 치안과 강력범죄를 우선 수사할 수밖에 없으니 수사기간이 평균 11~12개월 소요된다. 수사기간 동안 혐의자의 사해행위 등 재산은닉과 폐업으로 편취금액 환수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공단 특사경 도입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국회는 2020년부터 4개 의원실에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민간인 신분인 공단 직원에 대한 수사권 부여의 타당성과 효과성, 국민권익 침해 등의 우려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통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나하나 우려와 오해를 풀어야 한다. 비공무원 조직인 금융감독원은 2019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특사경을 출범하고 올해 조직을 확대했다. 특정 직무 분야에서 단속과 송치 등의 업무 성과를 인정받는 사례다. 공단도 2014년부터 1천447건을 적발하고 수사 의뢰하는 등 사실상 사무장병원 단속의 최일선에 있다. 다년간의 현장 단속 경험과 노하우, 의료·법률 분야 전문인력과 빅데이터 융합감지 시스템을 활용하면 수사부터 송치까지 3개월 이내 가능하고, 약 2천억원의 재정 누수를 차단할 수 있다. 사무장병원 적발이라는 특정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준비된 기관이다.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사무장병원(약국)에 한해서만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법제화되어 일반 국민과 정상적인 의료기관은 대상이 아니다. 또한 검찰의 수사 지휘·감독을 받고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은 영장주의에 입각하여 법관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사권한을 남용할만한 여지가 없다. 우려는 기우일 수 있다.

2025년 전체 인구의 20%가 만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고 한다. 동시에 저성장의 시대이다. 경제활동 인구는 감소하고 부양인구는 증가하니 보험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합리적 수입 확충과 함께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사무장병원 척결은 필수이다.

다음달이면 21대 국회가 마감한다. 회기 내 공단의 특사경 도입에 대한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 절실한 요청임을 다시 들여다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해와 우려의 실타래를 풀고 신뢰의 시각으로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였으면 한다. 공단은 그 공익적 권한을 통해 건실한 보험재정과 국민 건강을 위해 뛰어다닐 준비가 되어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엄호윤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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