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치구 명칭 변경, 인천시 모범 사례 만들어야

입력 2024-04-25 20:09 수정 2024-04-25 20:1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4-2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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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자치구 고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방위식 지명을 모두 바꾸기로 하고 서구의 구명칭 변경에 나섰다. 인천의 중구와 동구는 오는 2026년 인천의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지면 중구 내륙과 동구가 합쳐지며 '제물포구'로 명칭을 사용할 예정이다. 인천 남동구의 경우 동녘 동(東)이 아닌 고을 동(洞)을 사용하고 있어 방위식 지명이 아니다. 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지면 인천 서구만 방위식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는 과거 서구의 명칭 변경도 함께 추진했지만, 주민 의견이 나뉘며 명칭 변경이 보류된 바 있다. 서구는 본래 석곶면(石串面)에서 유래된 명칭이지만 방위식 명칭으로 인식되고 있어 변경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서구는 중구와 동구 북쪽에 있으며 중구의 인천국제공항은 서구보다 더 서쪽에 있다. 방위로도 부적절할 뿐 아니라 외지인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방위식 명칭이 일제 잔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방위 개념의 행정구역 명칭이 그 자체로 일제 잔재라고 할 수는 없으나, 현행 일본의 행정구역 명칭 부여 방식과 유사하다. 일본의 경우 도도부현(都道府현) 및 정령지정도시(政令指定都市)의 자치구 중 대부분이 방위식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피할 길이 없다.



지방자치와 분권화 시대를 맞아 자치단체의 명칭은 중요해졌다. 단체명은 브랜드 가치를 축적하여 대외 인지도를 높이는 '가치자원'에 해당한다. 고유성이 없는 명칭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축적시킬 수가 없으며, 도시를 스토리텔링하거나 문화콘텐츠로 만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서구의 구명칭을 개정한다면 인천시는 방위식 자치구 명칭을 성공적으로 변경한 사례가 될 것이다. 부산과 대구를 비롯한 울산, 광주 등 대부분의 광역시도가 방위식 지명을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의 경우 인천시 사례를 참고로 자치구명 변경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행정구역 명칭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산이나 강과 같은 뚜렷한 지형지물을 활용한 명칭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명칭은 부르기 쉽고 긍정적 의미 부여가 가능하며 동음이의어로 인한 오해의 여지가 없어야 할 것이다. 행정구역 명칭 변경 과정에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여 대안을 마련한 다음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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